벤저민 프랭클린은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라고 말했다. 죽음과 세금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과는 달리 세금은 피하거나 거부하는 쪽이 있기 마련이다. 탈세나 체납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거부 심리 때문이다.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로제타 스톤도 이런 '세금 반란'의 산물이다. 기원전 200년경 이집트를 지배한 마케도니아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세금을 과하게 물리자 군대가 들고일어났다. 반란에 기겁한 왕이 밀린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돌에 새겨 징표로 남긴 것이 바로 로제타 스톤이다. 때로 세금은 역사도 뒤바꾼다. 보스턴 차 사건에서 촉발된 미국 독립전쟁은 '반(反) 세금'의 전형적인 예다. 현대에 들어서도 조세 저항이나 반세금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탈세나 체납처럼 지능적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쪽이 대세다. 세금 전문가도 따라잡기 벅찰 만큼 법망을 피해가며 숨기고 빼돌리는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1억 원 이상 지방세를 내지 않은 악성 체납자 3천19명의 명단을 13일 공개했다. 이번 공개 대상자들의 총 체납액은 개인'법인 합쳐 1조 원이 넘는다. 10억 원 이상 체납자도 145명이다. 명단 공개 대상은 체납 발생일로부터 2년이 지나고 체납액 1억 원 이상이지만 내년부터는 체납액 기준을 3천만 원으로 대폭 낮출 방침이다.
국세청도 '해외 탈세와의 전쟁' 태세다. 내년에 기업 자금 해외 유출이나 일부 고소득층의 외국 계좌를 통한 탈세를 적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1조 원의 세금을 추징하겠다는 것이다. 올 들어 4개 기업과 사주들이 6천여억 원을 해외로 빼돌리다 적발돼 3천300억 원 넘게 추징당했다. 기업들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탈세하는 것은 죄질이 매우 나쁜 세무 범죄라는 점에서 국세 당국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궁금하다.
고대 그리스 부자들의 공공 봉사 의무였던 레이투르기아(Leitourgia)나 종종 파산에 이를 정도로 자신의 부를 공동체에 아낌없이 희사하고 대신 위세를 부렸던 로마의 에우에르제티즘(euergetism)은 고사하고 세금을 내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기여하는 것임을 부자들이 알라고 한다면 지나친 요구일까.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