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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연극으로 '송죽극장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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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급 소극장 탈바꿈…연극·뮤지컬 공연 유치

▲한동안 추억 속에 묻혀 있던 송죽극장이 공연 전문 소극장으로 탈바꿈했다. 극장 주인 양영옥 씨가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동안 추억 속에 묻혀 있던 송죽극장이 공연 전문 소극장으로 탈바꿈했다. 극장 주인 양영옥 씨가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송죽극장을 아십니까?"

대구시 중구 화전동 11-1번지. 송죽극장이라는 이름은 30, 40대 이상의 대구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지금은 생소한 이름이 됐다. 대구의 대표적인 영화 재개봉관으로 유명했던 이야기는 역사가 되었다. 한때는 대구극장, 자유극장과 함께 영화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1990년대부터 불어닥친 영화업계의 대지각변동 속에 인근의 극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은 가운데 송죽극장도 2002년 폐업 신고를 했다.

그로부터 7년. 지난해 말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꽤 괜찮은' 소극장으로 탈바꿈해 세상에 다시 나왔다. 그리고 연극과 뮤지컬 공연을 연이어 무대에 올리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대변신'이다. 지금은 연극 '보잉보잉'이 연말까지 공연 중이다.

대구극장과 아세아극장은 주차장으로 변했다. 바로 맞은편의 자유극장은 여전히 문을 닫고 있는데 송죽극장만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송죽극장 건물주인 양영옥(73) 씨는 "수익만을 생각한다면 다른 방법을 궁리했겠지만 내가 평생을 의지하고 살아온 땅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내팽개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양 씨는 1960년 송죽극장을 인수, 30년 넘게 경영해온 이중화 사장(1930년 생)의 미망인이다. 1991년 이 사장이 세상을 뜨자 운영을 남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송죽극장의 안방마님으로 50년을 지내오면서 자기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이 딱 한 번 있었다고 하니 다른 것은 물어보나마나다. '남편의 일터에 아녀자가 자꾸 나오면 안 된다'는 남편의 생전의 말 때문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양 씨는 영화 '타짜'의 대사처럼 '이대 나온 여자'다. 이대 국문과 56학번이다. 교사 자격증도 있고 걸스카우트 경북 부연맹장을 30년 동안 지냈다.

잠잠하게 지내던 양 씨도 누적 적자에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손을 보게 됐다고 한다. 아들 정광(36) 씨에게 평소 운영을 맡겨두지만 "사람이 머물다 간 자리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남편의 유지를 끝까지 지키고 싶다"며 "콜라텍, 스크린경마장 등 귀가 솔깃한 다양한 제안이 있었지만 송죽극장이라는 이름을 완전히 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욱더 송죽극장의 변신이 반갑다. 어지간한 대형 공연장 뺨칠 정도로 수준급 시설을 자랑한다. 객석도 260석으로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알맞은 크기다. 번듯한 쉼터를 겸한 관객 대기실도 갖추고 있다. 넘쳐나는 구제 패션 가게들 한가운데 버티고 서서 벌이는 송죽극장의 외로워 보이기도 하는 '실험'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053)252-5733.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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