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상의 언어 통해 실존과 생명의 경이로움 해석

박복조 시인이 대구문인협회 주최 제1회 '대구의 작가상'을 16일 수상한다. 수상작인 '빛을 그리다'는 박 시인의 세 번째 시집으로 지금까지 주로 꽃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해온 까닭에 '야생초 시인'으로 불리던 시인이 시선을 일상과 실존의 영역으로 확장시켜 내놓은 작품집이다.

시집 '빛을 그리다'는 시적 진술의 완숙함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시집으로 발표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대구 문협 구석본 회장은 "박복조 시인은 사회 현상에서부터 자잘한 일상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실존적 모습을 그려내고, 우주적 명상을 시도하고 있다. 박복조 시인의 '꽃'과 관련된 일련의 시에서는 지금까지 많은 시인들이 꽃을 시적 대상으로 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이를테면 '꽃' 자체에 대한 탐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의 경이로움과 그 세계를 새롭게 해석하여 제시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박복조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꽃과 문학과 나는 서로 도망가고 찾으며 끝내 놓아주지 못한 아프고 질긴 인연이었다. 끊을 수 없는 끈, 피 같은 흐름이었다. 간이역마다 기웃거리며 완행열차처럼 달려온 나의 시작(詩作), 길을 잃고 눈물을 뿌리며 헤매다가 늦게 여기에 도착했다" 면서 "큰 상을 받게 돼 천근 같은 무게에 짓눌린다. 앞으로 사람의 이야기로 언어의 집을 지어 외로운 사람들에게 바치는 노래, 사람살이가 있는 실존의 시를 굳건히 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복조 시인은 오랜 세월 약사로 근무했다. 그녀는 약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사람 풍경'을 보았다고 말한다. 약 도둑, 박카스 아저씨, 결핵약을 한 움큼씩 삼키던 사람들…. 그 풍경은 우리가 살아온 '한 세월'이었다. 그녀가 쓰겠다는 실존의 시는 바로 약국에서 본 '사람 풍경'일 것이다.

'대구의 작가상'은 대구문인협회가 신설한 상으로, 한해 동안 발간된 시집과 시조집을 심사해 우수한 작품활동을 펼친 회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원년인 올해는 도광의·박정남 시인을 심사위원으로 2010년 1월부터 발간된 22권의 시집, 시조집을 대상으로 심사를 했다. '대구의 작가상' 수상자인 박 시인은 경북여고와 대구가톨릭대학 약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수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1996년 '시대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차라리 사람을 버리리라' '세상으로 트인 문' '빛을 그리다' 등이 있다. 시상식은 16일 오후 6시 대구문화예술회관 '아르떼'에서 열린다. 011-817-6741.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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