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른농촌 희망경북] (20)영주 '꼭지 과수원'

사과나무 분양하고 도시민에 쉴 공간

영주에서 귀농 생활 15년째를 맞고 있는 이각지 사장의 별명은 '꼭지' 다. 남편이 부인의 별명을 따서 농장이름을 '꼭지 과수원'이라고 지었기 때문이다.

과수원에서는 매년 특별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사과에 이름을 새기는 '나만의 사과 만들기' 행사이다. 이벤트는 먼저 여름내 벌레 피해를 줄이기 위해 씌워 놓은 사과 봉지를 벗기는 것에서 시작한다. 사과 중에서도 유독 빨갛고 맛이 좋은 '양광'(사과 품종 중 하나)의 표면에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스티커를 붙인다. 사과가 빨갛게 익기 시작하면서 글씨는 더욱 선명해지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과가 탄생한다. 매년 9월 1일부터 10일까지 홈페이지로 신청을 받는다. 올해는 500여 명이 찾아와 1천500개의 사과에 마음속 하고 싶은 말을 새겼다. '사랑해♥최○○, 우등생★박○○, 고마워 엄마, 멋진 아들 김○○…'

사과나무 분양 사업도 올해로 6년째를 맞았다. 사업은 농장에 직접 방문해 본인이 원하는 나무를 선택한 후 가족 이름으로 명찰을 달고 1년 동안 가꾼 후 수확하면 된다. 나무 한 그루에 사과가 100개 이상이 열리니 한 가족이 한 계절 내내 사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친환경인증을 받은 사과의 연간 생산량은 3.5~4t으로 이 중 3분의 1은 사과따기 체험, 나머지는 공판장을 통해 유통된다. 총 6종류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으며 8월 초부터 이듬해 4월 말까지 주문이 가능하다. 올해는 사과 농사도 신통치 않고 논농사도 태풍 곤파스 때문에 피해가 많아 농사짓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고객들이 사과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내년에는 더 예쁜 사과를 만들어서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과수원에는 누구나 쉴 수 있는 넓은 풀밭이 있고 고단하면 잘 수 있는 해먹이 나무 사이에 걸려있다. 도시 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 소비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주말에 부석사 가는 길에 농장에 들러 좋은 공기를 마시며 한숨 쉬다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꼭 한번 들러 달라"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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