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2011년 辛卯年(신묘년) 有志竟成(유지경성)하시길

2010년 경인년(庚寅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매년 이맘 때만 되면 한 해를 되돌아 보게 되는데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월남 이상재 선생은 유시무종(有始無終)은 많으나 유시유종(有始有終)은 드물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많은 사람이 일의 시작은 잘하면서도 그 일을 끝까지 마무리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경인년 남은 며칠을 잘 마무리하시어 유시유종(有始有終)하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 본다.

돌이켜보면 21세기 첫 10년의 마지막 해였던 올해는 좋은 일들과 궂은 일들로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연초부터 김연아 선수는 세계신기록을 경신하여 피겨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주었고 FIFA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서 17세 이하 한국소녀축구단이 사상 첫 우승을 했으며, 지난 11월에는 G20 서울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 대한민국의 국격을 크게 향상시켰다. 반면, 법정스님과 같은 우리 시대의 훌륭한 지도자를 잃었고,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대북관계에서는 아쉬운 일들이 많았던 한 해였다.

IT산업도 올해는 새로운 변화에 직면했던 한 해였다. 스마트(SMART)폰의 확산으로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한 해였고, 직장에서는 스마트워킹의 확산으로 일하는 방식이 변화되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이 큰 화두가 되어 IT산업 전체가 함께 커가는 동반성장의 기틀을 다지는 한 해였다. 더불어, 글로벌 경쟁력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국내 유수 기업들이 저마다 환골탈태하여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를 마련한 해이기도 하다.

이제 다가올 2011년 신묘년(辛卯年)은 지난 21세기 첫 10년 동안 우리가 이뤄냈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성과들을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한 단계 발전시키고, 더 나은 미래 10년을 이룩하기 위한 첫 단추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앞으로 다가올 1년은 우리가 지나온 5년 아니 10년의 노력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국회 비준은 남아있지만 한미FTA의 타결은 한층 더 심한 글로벌경쟁으로 우리를 내몰고 있다. 필자가 5회에 걸쳐 이 칼럼에서 주장하였듯이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에서도 보듯이 개혁이 성공한 예는 극히 드물다. 중국 춘추시대 병법가 겸 개혁가로 잘 알려진 오기(吳起)는 노나라와 위나라에서 개혁을 추진하였으나 내부 반발로 도망치다시피 하여 초나라로 갔다. 초나라에서는 도왕(悼王)의 재상이 되어 법치적 개혁으로 초나라를 강대하게 만들었지만 귀족의 질시를 받아 왕이 죽자 대신들이 일으킨 쿠데타로 피살되고, 개혁은 중단되었다. 조나라 무령왕(趙武靈王)은 흉노족의 위협에서 벗어나려고 흉노족의 기마전술을 보고 답습하여 복장을 고쳐서 전통 옷 대신 호복을 입고 기마전을 익히게 하여 기병을 양성, 조나라 군사력을 크게 증강시켰다. 그러나 그도 내부 귀족의 반발과 아들의 쿠데타로 궁안에 유폐되었다가 굶어 죽었고 그의 개혁은 중단되고 말았다. 결국 개혁도 중요하지만 함께 공감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개혁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오늘날 사회는 인터넷을 통해 누구든지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이는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마저도 극복하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양산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반면에 국민적 합의를 이뤄가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개혁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과 국가의 이익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는 말이 있다.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의 현재는 유지경성이 있어 가능했다. 6'25전쟁을 거치며 생산시설 하나 없는 폐허 속에서 우리는 '잘살아 보세'라는 노래를 부르며 국가를 재건해 왔다. IMF 국가부도 위기도 전 국민의 뜻을 모아 극복해 내고 G20을 개최하는 의장국이 되었다. 중국의 유구한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변화의 성공을 우리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두 번이나 이뤄냈기에 필자는 내년에 어떤 시련이 닥친다 하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세계속에 우뚝 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2011년 신묘년(辛卯年)에는 유지경성하는 한 해가 되어 진정으로 바라는 일들이 다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석호익(KT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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