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함께 나눠 먹어야 맛있지. 혼자서 배불리 먹는다고 맛있는 게 아냐."
이달 16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100m 넘게 줄이 늘어섰다. 김순옥(70) 할머니가 준비한 무료 급식에 몰려든 '밥줄'이었다. 이날 메뉴는 팥죽과 동치미.
김 할머니는 곧 다가올 동지(冬至)를 위해 정성스레 팥죽을 끓였다. 매주 목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2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300인분의 점심을 준비한다. 벌써 13년째 이어 온 무료급식이다.
김 할머니는 자비를 털어 무료급식 봉사 활동을 해 왔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김 할머니는 절에서 신도들에게 젓갈과 떡을 팔아 얻는 수익금과 전남 함평군에서 찜질방을 운영하는 아들이 주는 용돈을 무료급식에 쓰고 있다.
지난달 27일 김 할머니의 칠순 잔치도 이곳에서 열렸다.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해 배불리 먹였다.
"우리 아들이 '호텔 가서 칠순 잔치 열자'며 500만원을 주더라고. 나는 공원에서 하겠다고 했지. 여럿이 내 생일도 축하해 주고 얼마나 좋아." 쇠고기 50㎏을 준비해 불고기 덮밥과 잡채, 꽁치 회까지 준비했다. 진수성찬이었다. 600여 명의 노인들이 몰려와 함께 음식을 나눈 큰 축제가 됐다.
김 할머니는 무료 급식과 함께 청송 교도소, 대구 교도소 등을 다니며 30년째 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세상에서 격리된 이들에게 떡과 간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간다. 굳게 닫혔던 그들의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릴 때 보람을 느낀다.
할머니는 고인이 된 재일교포 '권희로' 씨의 구명운동에도 앞장섰다. 권 씨는 지난 1968년 자신을 '조센진'이라고 욕한 야쿠자를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여 재일교포 차별 문제를 일본 사회에 부각시켰던 사람이었다.
김 할머니는 부산 자비사의 박삼중 스님과 함께 일본을 오가며 그를 귀국시키려 힘썼다. 재일교포도 우리 민족인데 일본 감옥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워서였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지난 1999년 무기징역형을 받았던 권 씨는 '일본에 다시는 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고국으로 돌아왔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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