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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휘의 교열 斷想] 지르밟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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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이란 시(詩) 전문(全文)이다. 언젠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한 어린이가 진달래꽃의 지은이를 가수 '마야'라고 해 좌중이 한바탕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 시에 나오는 '사뿐히 즈려밟고'에서 '즈려밟고'는 '지르밟고'의 잘못된 표기이다. '지르밟다'는 위에서 내리눌러 밟다라는 의미를 가지며, 이때의 '지르-'는 위에서 내리누르다라는 뜻이다. 김소월의 시에서 '사뿐히 즈려밟고'는 '사뿐히'라는 말과 '지르밟다'라는 상충되는 말이 함께 쓰여 역설적인 표현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시 등 문학작품에서 작가가 의도한 바를 온전히 나타내기 위해 간혹 한글맞춤법에 맞지 않는 표현을 예외로 하고 있기에 앞서의 잘못된 표기를 여기서 탓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할 일없이' '하릴없이' 등과 같이 전혀 다른 뜻의 표기에는 신중을 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얼굴 없는 천사'가 2010년 12월 28일에도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예년처럼 어김없이 나타나 11년째 선행을 베풀었다고 한다. 현금 다발과 돼지저금통을 인근에 두고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그 위치만 알려줄 뿐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린다. 그가 그동안 기부한 금액만도 1억 9천만 원에 달한다. 한때 얼굴 없는 천사가 누군지 찾아 나서기도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해 주민센터 앞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의 길'로 명명하고,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새긴 기념비를 세웠다. 2010년 세밑에 전해져온 이 소식을 접하며 올 한 해도 이렇게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이 많아져 훈훈한 사회가 되리라는 희망을 갖게 됐다.

새해를 맞아 새 출발하는 지금 가슴이 벅차다. 무언가가 이루어질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리라. 또한 2011년 올해는 오랜만에 후배들이 들어와 3일부터 출근해 더욱더 그러하다. 옛날 할머니, 어머니가 시댁에 처음 들어설 때 대문에 놓인 불이 붙은 짚을 신발로 지르밟아 액운을 쫓아내는 풍습이 있었다. 바깥의 더러운 것들을 불로 태워 없애버리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새 식구들에게 그동안의 취직 걱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젊음의 열정을 맘껏 불살라 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입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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