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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아픈 인·허가, 소송 권하는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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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소송 해마다 급증 속내 들여다보니

경북에서 음식물 쓰레기가공 공장을 신설하려고 계획했던 A(55) 씨는 수 개월 동안 해당 지자체를 찾아가 허가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업체 특성상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가 커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런 A씨에게 최근 담당 공무원이 "민원 때문에 도저히 허가를 내줄 수 없다. 행정소송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행정소송을 하면 우리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러면 허가를 내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A씨는 "행정기관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행정소송을 권하고 있더라. 수 개월 동안 공장 신설이 늦춰지면서 많은 손해를 봤는데 또 다시 행정소송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돼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행정기관이 주민 민원을 핑계로 판단과 결정을 미루면서 행정소송이 급증,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고 있다.

공무원이 편하자고 행정소송을 강요하면서 민원인들이 경제적 부담과 생고생을 안아야 하는 형편이다.

17일 대구시와 각 구·군의 행정소송 건수를 살펴보면 대구시의 경우 2007년 13건, 2008년 21건, 2009년 16건이었으나, 2010년엔 29건으로 전년에 비해 81%나 증가했다.

대구 동구청은 2009년 11건에서 지난해 18건으로 증가했고, 남구청은 같은 기간 8건에서 11건으로 늘었다. 수성구청은 2009년 31건에서 지난해 43건으로 증가했고, 달서구청도 같은 기간 19건에서 26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처럼 행정소송이 급증한 것은 법령 체계가 복잡해지면서 행정 재량권이 축소된데다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향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행정기관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도 주민 민원을 우려해 행정적 판단을 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강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과 교수는 "공무원들이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민원이 제기될 경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강요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행정소송을 하면 대법원 판결까지 3, 4년 걸리는 동안 해당 공무원은 대부분 다른 곳으로 부서를 이동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책임을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이럴 경우 민원인은 시간, 소송비용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떠안기 때문에 큰 사회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정책실명제를 정착시키는 방법만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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