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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자 읽기] 길 걷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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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하 지음/멘토프레스 펴냄

'지금도 여전히 길을 걷는다. 길은 같은 것이 없고 같은 일도 생기지 않는다. 낯선 길,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서 항상 새로운 영감과 기운을 얻는다.'

저자는 1982년 독일 디자인 유학길에 오르면서 세계여행을 시작해 지금도 여전히 여행 중이다. 그는 원양어선에 몸을 싣기도 하고 요리사로 일하기도 하며 세계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질박한 이야기가 시선을 끈다. 고래고기만 먹는 늙은 무선사, 누드 모델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윤이상, 백남준, 존 케이지 등 거장과의 만남 이야기도 흥미롭다.

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디자인 이야기가 재미있다. 음식문화의 사각지대인 영국은 음식보다는 고상한 식탁보와 찻잔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디자인이 침착하고 균형이 잡혀 있다. 빵, 감자, 소시지 등 굵직한 덩어리의 음식을 먹는 독일 디자인은 듬직한 실속 위주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북유럽 사람들은 청아한 볼륨으로 세계 최고급 식기용품을 만들어낸다. 특히 가구에서도 뛰어난 디자인을 선보인다. 저자는 그 이유로 '근엄한 역사나 화려한 전통문화가 없다'는 점을 꼽는다. 새로움이 강조되어야 하는 디자인에서 매우 큰 장점이라는 것. 디자인과 사람, 삶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엮어 독자들에게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충동질한다. 295쪽, 1만4천500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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