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천공항 곧 포화…"동남권 신공항은 시대적 요청"

1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한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동남권신공항의 밀양 입지 당위성을 설명하는 홍보 영상물이 상영되자 오가는 시민들이 쳐다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한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동남권신공항의 밀양 입지 당위성을 설명하는 홍보 영상물이 상영되자 오가는 시민들이 쳐다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외국 바이어가 인천공항서 차로 5시간 거리인 대구에 다시는 안 오려고 해요. 지척에 제대로 된 국제공항 하나 없는 것이 기업 활동에 얼마나 장애가 되는지 모릅니다." 정태일 ㈜한국OSG 회장의 하소연이다.

최근 아버지의 심장수술을 지켜보기 위해 미국 뉴욕에서 대구에 온 진연숙(46) 씨는 "뉴욕에서 이곳까지 달려오는 데 거의 이틀을 허비했다"며 "미국이나 유럽으로 쉽게 달려갈 수 있는 국제공항이 대구 인근에 들어설 계획이라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동남권신국제공항 후보지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유치 경쟁이 정치적·감정적 대립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는 부산 측이 신공항 조성의 경제성, 타당성, 접근성 등 객관적 논리에 근거하지 않고 "가덕도가 아니면 안 된다"며 막무가내로 가덕도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시는 방송과 신문광고를 통해 밀양에 대한 흠집 내기와 일방적인 가덕도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동남권신공항은 국가 백년대계=항공정책에 관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항공정책연구소와, ㈜우주엔지니어링 등은 동남권신공항이 영남권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반드시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두 기관은 근거로 ▷항공운송시장 성장 ▷항공자유화 추세 ▷FTA의 확대 ▷저비용항공사(LCC)의 급성장 등을 들어 아시아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공항을 대체하는 제2관문공항이 시급히 건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2020년까지 80여 개의 공항을 더 지어 총 220여 개의 공항을 조성, 거리상 100㎞, 자동차로 1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공항 체계를 만든다는 점을 들어 한국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공수요의 경우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은 2000년 이후 매년 국제선과 국내선 여객 증가율이 6, 7%에 이르러 10여 년 뒤 인천공항도 포화상태에 이르고 FTA 확대에 따른 기업 편의를 위해서 남부권공항이 절실하다는 것. 또 우리나라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 인도의 고성장에 따른 항공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항공정책연구소 관계자는 "국가 경쟁력 강화와 균형발전 차원에서 양극 2중추 공항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며 "신공항은 남부권 성장동력의 핵심 기반시설이자 인천공항의 비상 시 대체공항으로 또 앞으로 주력기종이 될 초대형기종의 대체공항으로 역할할 것이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남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산업단지가 있고 1천32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제2의 광역경제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함에 따라 많은 시간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현재 경남과 대구·울산·경북 등 영남권 주민들과 기업들은 국제노선 부족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2025년까지 한 해 평균 6천억원에 이른다.

특히 지역민들의 인천공항 이용에 따른 불편 해소, 연평도 사건을 비롯한 위기상황 발생 시 국가기능 마비 대응 등을 위해 현재의 원-포트(One-Port) 시스템을 투-포트(Two-Port)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항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항공전문가들은 지방공항이 적자인 상태에서 항공수요와 접근성, 경제성을 바탕으로 한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도 제2관문공항으로서 동남권신국제공항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일대 김재석 교수는 "국내선은 인천공항과 제주공항 지선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동남권에 신국제공항이 생기면 대구, 김해공항 등지의 국제선은 물론 국내선 기능도 모두 통·폐합해야 한다"며 "동남권신공항은 국가적 고민을 해결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접근성·안전성 등 밀양이 우위=일본 후쿠오카 공항 입지 선정에 참여한 아시아도시연구소 치샤키 다케시 이사장은 한 세미나에서 후쿠오카 공항의 입지 선정 과정을 예로 들며 "국제공항은 항공 수요와 공항 이용자의 편리성이 높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접근 편리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내륙 교통 요충지인 밀양과 가덕대교를 유일한 통로로 삼고 있는 가덕도는 이런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항공 수요를 좌우하는 반경 100㎞ 이내 도시 인구 등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는 것.

㈜우신기술단 황인식 ESD연구소장은 "가덕도의 경우 토지와 공유수면 이용을 위해 법적·제도적 제약요인이 많고, 군사시설의 이전과 군사 통제구역의 해제 여부, 해상매립과 준설에 따른 환경 영향 등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환경 영향에 대한 평가가 부적합할 경우 후보지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역에서도 부산은 밀양 후보지의 경우 23개 산지, 2억5천만㎡ 이상을 절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항공정책연구소 등에 따르면 10개 산지, 1억8천만㎡만 절개하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항 입지요소로 가장 중요한 접근성의 경우 밀양은 영남권 50만 명 이상 10여 개 도시에서 1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고 철도, 고속도로 등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이지만 가덕도는 부산 일부 지역민들의 이용만 편리할 뿐이고, 접근성 개선을 위해 광역교통망을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든다는 것.

장애물은 가덕도의 경우 진입표면상에 장애물은 없지만 신공항 뱃길인 가덕수로를 이동하는 높이 50m 이상 대형선박으로 인한 장애발생 가능성이 있고 밀양은 10개 산지가 비행에 장애를 주지만 원천적 제거가 가능하며, 오히려 신공항의 성토재로 활용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공역에선 밀양의 경우 주변공항과 진출입 표면이 저촉되지 않아 김해공항 공군기지(K-1)와 동시 운행이 가능하지만 가덕도는 김해공항의 공군기지와 모든 진출입 절차가 중첩돼 공군기지도 함께 이전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한국항공정책연구소는 밝혔다.

또 공사비를 비롯한 경제성의 경우 국토연구원은 밀양에 신공항을 조성할 경우 10조3천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국항공정책연구소는 8조5천억원이면 충분하고 정부 예산 조달이 여의치 않을 경우 활주로 1기로 출발하면 6조6천억원이면 공항 건설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상주 평화엔지니어링 고문(전 수도권신공항 건설공단 부이사장)은 "해외 사례에서 보듯 해상공항은 침하, 안전문제 등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밀양과 가덕도 간 입지 우열은 전문가들에게 맡기면 쉽게 결론이 나는 문제"라고 말했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동남권신국제공항은 지역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일치하는 것으로 다른 인프라사업을 늦추더라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제2관문공항을 건설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가적인 후회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춘수기자 az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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