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세계육상대회 주인 의식 갖자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한 대표적인 국제 행사 둘을 꼽는다면 이견이 있겠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들고 싶다. 모두 스포츠 대회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을 가장 잘 알린 국제 행사는 아마 서울 올림픽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구를 세계에 가장 잘 알린 국제 행사 둘은 역시 스포츠 대회로 2002년 월드컵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들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와 도시들이 국가 이미지 개선과 도시 홍보를 위해 국제 규모의 스포츠 대회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와 국내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올림픽과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스포츠 제전을 비롯해 종목별 단위 대회 유치에도 사력을 다하는 실정이다.

스포츠 대회는 모든 개최지에 '황금알'을 낳아주지 않지만 수지타산이 좋은 국제 행사임에 틀림없다. 비록 잉여금을 충분히 남기지 못하더라도 도시 인프라를 개선하고 시민 의식을 높인 것만으로도 기대 효과를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수익 창출과 도시 인프라 구축은 개최지의 역량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회의 성공 개최는 개최지 시민들에게 달려 있다. 대회의 성공 개최를 좌우하는 2대 요소인 관중과 자원봉사자가 모두 시민이기 때문이다. 관중이 없으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자원봉사자의 의식이 부족하면 대회 이미지는 흐려진다.

기자가 세계 곳곳의 스포츠 대회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모습은 좋고 나쁜 그림으로 뚜렷이 구분된다. 세월이 지나도 그들이 전해준 이미지는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다.

먼저 좋은 그림 하나. 2003년 8월 멕시코 멕시코시티 우남대학교에서 열린 제3회 국제플래그풋볼대회 때다. 세계 10개국이 참가한 이 대회에는 대구 와룡중이 한국 대표로 출전했고, 한국은 관중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약식 미식축구 격인 플래그풋볼은 멕시코에서 그런대로 인기가 있었고, 경기장에는 수백 명의 관중들이 찾았다. 관람석에는 단 한 명의 한국인도 없었지만 이들은 자발적인 응원으로 '꼬레아'와 '대~한민국'을 외쳐 한국 선수단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당시 대회 임원으로 참가한 대구의 한 교사와 기자는 이에 감동받아 준비해 간 붉은 두건(한일월드컵 당시 응원 도구)을 나눠주며 응원에 동참했으며 경기 후 어울려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반면 2001년 8월 열린 베이징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만난 중국 사람들은 나쁜 그림으로 남아 있다. 당시 베이징 대회 조직위는 공항에서부터 기자의 숙소(호텔) 방 입구까지 4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를 배치했으나 좋은 이미지를 얻지 못했다. 공항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는 메인프레스센터 가는 길을 묻자 "택시를 타고 가면 된다"며 외면했고, 숙소의 자원봉사자는 수시로 방에 들어가 점검(?)을 했다. 중국 팀이나 선수의 경기가 열리는 곳에서는 도를 넘는 응원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중국은 당시 2008년 올림픽을 유치해놓고 이 대회를 '올림픽 리허설'로 삼으려 했으나 상당수 시민들은 대회가 열리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대구에서는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9일간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는 이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대구 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8월 27일부터 대회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 조직위에 따르면 입장권은 1월 말 현재 만석 목표(45만 3천962석)의 37.2%인 16만 8천829석이 예매됐다. 이 가운데에는 12만 4천821명의 초'중'고 학생이 포함돼 있다. 예매 의사를 밝힌 학생들이 교육 당국에 의해 동원됐다는 느낌이 있지만 이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자발적인 육상 관중을 기대할 수 없는 국내 스포츠 문화 실정을 감안하면, 학생들이 체험 학습으로 경기장을 찾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시간과 돈을 들인 것에 비해 훨씬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제 행사를 외국에서 체험하려면 수십 배의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아쉬운 것은 육상 경기가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일반인들의 참여가 여전히 저조한 점이다. 대구 대회의 입장권 가격은 이전 대회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이번 대회가 체험 학습의 장에서 가족 체험의 장으로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김교성(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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