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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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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설'이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그런데 올해 설은 참 불편하다. 그 몹쓸 구제역 때문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뉴스를 들으며 세상에 참 희한한 일도 있구나 싶다. 그렇지만 보통 일이 아니라 그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소나 돼지를 단지 동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집안에 함께 산다고 '가축'이라고 부르는 농민들을 생각하면 가고 싶은 고향이라도 좀 참아야 할 것 같다.

사람에게 번지는 전염병이 아니라 가축에게 번지는 전염병으로 사람들의 왕래를 자제해야 한다는 이 일은 앞으로 세상에 또 어떤 전염병이 생길까 두려움을 주기까지 한다. 참 많은 자연재해를 당하기도 했지만 가축의 병으로 사람들의 왕래를 자제하는 것은 내가 알기에는 처음이다. 가축의 전염병 때문에 설에 고향을 가지 못하는 일은 서러운 일임이 분명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설의 어원이 떠오른다.

'설'의 어원은 참 다양하다. 다양하다는 것은 그 역사가 오래되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설을 '신일'(愼日)이라고 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여긴다. 그 외 원일(元日), 세수(歲首), 연두(年頭), 연시(年始)라고 하는 말들은 모두 한 해의 첫날이란 뜻이다. 따라서 묵은해를 보내고 새롭게 맞으니 그날은 낯선 날이고, '낯설다'에서 설이 유래되었다는 설도 생겼고,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말에 '사리다'란 말이 있는데 여기엔 '정신을 바짝 가다듬다'라는 의미가 들어있다. 결국 '신일'이란 뜻에 가까운 것인데 이 '사리다'의 '살'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또 다른 견해로 우리가 몇 살 몇 살 하는 그 살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여기엔 언어학의 모음교체 현상이 개입하는데 하나의 어근 안에 모음이 바뀌어 문법 기능이나 의미, 품사 따위가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말의 경우 '늙다'가 '낡다'가 되거나 '적다'가 '작다'로 바뀌면 의미가 다른 어휘로 분화되는 것이다. 또 설을 '섧다'에서 왔다고 하는 설(說)도 있다.

'설'의 이 적잖은 어원들이 올 설엔 모두 적용되는 것 같다. 가고 싶은 고향도 마음 놓고 가지 못하니 그야말로 서러운 설이요, 한 살 더 먹으니 나이 든 사람들에겐 그 또한 서러운 일이다. 이래저래 큰맘 먹고 고향에 간다고 해도 가축 곁에는 가서도 안 되는 일을 비롯하여 조심해야 할 일이 한둘 아니니 정말 삼가야 하는 설이 아닌가. 그러나 어찌하랴, 맞이한 설이다. 고향에 가든 못 가든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는 뜻으로 먹는다는 흰 떡국을 먹으며 조상의 음덕을 기려야 하리라.

손 경 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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