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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만두로 점수 땄죠"…4년차 이주여성 리유양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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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유양(가운데) 씨와 시어머니 최정옥 씨가 2일 오전 대구 동구 신기동 자택에서 설 차례상에 올릴 전을 부치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리유양(가운데) 씨와 시어머니 최정옥 씨가 2일 오전 대구 동구 신기동 자택에서 설 차례상에 올릴 전을 부치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설 하루 전인 2일 오전 찾은 리유양(38·여·동구 신기동) 씨의 집 안은 고소한 기름 냄새로 가득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시어머니는 연방 프라이팬에 전을 부치며 바쁘게 손을 놀렸고, 리 씨도 재빠르게 꼬지에 산적을 끼워냈다. 엄마와 할머니를 바라보는 세 살 난 아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설 명절이면 여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리 씨가 설을 맞아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다. 리 씨의 고향은 중국 흑룡강성 모단강시다. 고향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던 리 씨는 2007년 중국을 찾은 남편 전창국(43) 씨를 만나 대구에 정착했다.

한국의 전통 명절 음식들 사이로 다소 낯선 음식이 눈에 띄었다. 리 씨의 비장의 무기인 중국식 만두다. "우리 며느리가 만두를 참 잘 빚어요." 한참 전을 부치던 시어머니 최정옥(74) 씨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리 씨는 명절이 되면 중국식 만두를 빚어 친척들에게 대접한다. 배추, 대파, 부추 등 야채와 돼지고기를 다진 뒤, 그대로 만두피에 싸서 쪄내는데 친척들의 젓가락이 가장 많이 가는 음식이기도 하다.

지금은 한국 명절에 완전히 적응한 리 씨지만 처음에는 명절이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았다고 했다. 한국어가 서툰 탓에 '접시'를 가져오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부엌을 들락거리며 종지그릇이나 국그릇, 밥그릇을 가져오기 일쑤였다는 것. "한국 그릇은 종류가 왜 그렇게 많아요?" 제법 한국어가 능숙해진 리 씨가 웃으며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남자들은 명절 음식을 하지 않는 한국의 풍습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에서는 명절 때 남녀 가릴 것 없이 모두 모여 음식을 만들거든요. 그런데 한국 남자들, 특히 경상도 남자들은…." 리 씨가 웃으며 말끝을 흐리자 시어머니가 거들고 나섰다. "시대가 변해서 이젠 남자들도 명절 때 놀기만 하면 안 돼." 고부간에 다시 웃음꽃이 피었다.

그래도 리 씨는 한국의 설날이 중국보다 더 좋다고 했다. 리 씨는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는 모습이 참 좋아보인다"며 "차례를 지내며 가족, 친지들도 한곳에 모이고,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보람있고 의미 있는 풍습 같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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