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2시 국회 내 기자회견장소인 본청 정론관.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과 10여 명의 광역시도의원들이 단상에 섰다.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를 위해 대구경북과 경남 및 울산시에서 상경한 '신공항유치특위' 소속 시도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역 민심을 가감없이 전했다.
"영남권 지자체 간에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결정을 믿고 참아온 민심이 폭발하고 있다. 그러니 정부는 오는 3월 입지 선정 약속을 꼭 지켜라. (영남권 주민인)우리도 국민이다."
중앙 언론지와 방송은 물론 신공항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산과 호남, 강원 등 전국 언론이 취재에 나서면서 신공항 문제가 전국적 이슈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지역에서는 박종근(대구 달서갑), 배영식(중·남) 의원이 참석,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시도의원들을 격려했다.
'뿔난 영남권 민심'을 대변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한 조 의원은 "정부가 신공항 입지 발표를 3번이나 연기한 것은 위약이며 식언(食言) 그 자체"라며 "어떠한 계획 변동도 어떠한 명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삭발식을 위해 국회 본청 앞으로 이동했다.
"신공항은 밀양으로!" 구호를 외친 이들은 준비해 온 간이의자 5개를 놓고 가위를 들었다. 오철환 대구시의회 신공항 밀양유치 특위 위원장, 김희원 경북도의회 특위 부위원장, 정순천 대구시의원, 김갑 경남도의회 특위 위원장과 김부영 부위원장이 삭발을 위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삭발은 하지 못했다. 국회 사무처가 경위들을 동원, 가위 등을 압수하는 등 제지했기 때문이다. 사무처는 이들이 준비해 온 플래카드를 걷어갔고, 의자를 치웠으며, 마이크를 끄게 했다. 고성이 오갔고, 몸싸움도 일었다. 취재진까지 몰리면서 국회 본청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사무처는 "국회 내에서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이 삭발한 전례가 없고 질서유지 차원에서 삭발식만큼은 막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삭발이 허가되면 국책사업 등 이해관계가 걸린 모든 지역이 국회로 들어올 것'이라는 논리였다.
삭발을 통해서 밀양유치를 염원하는 지역 민심을 대변하려던 시·도의원들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정순천 시의원은 "삭발은 마지막 저항수단이기도 하지만 3월에 꼭 발표되어야 할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우리의 의지와 노력, 먹고살겠다는 지역민의 염원을 알리기 위해 왔다"며 "도저히 이렇게 돌아가지는 못하겠다"며 울먹였다.
'말리는 국회경위보다 못 본 체하는 지역국회의원들이 더 밉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대구시의회 한 의원은 "'국회의원 한 명만 데려오라'는 국회경위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역 국회의원들이 제지하는 국회경위보다 더 미웠다"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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