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내내 요한나 마르치(Johanna Martzy'1924~1979)가 연주한 '파르티타'(Partita)를 들었다. 어렵게 구한 헝가리 출신의 여류 바이올리니스트의 복각 엘피(LP)는 반복해서 판을 뒤집어야 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할 만큼 훌륭한 것이었다. 더구나 예술가 이전에 인간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자본의 폭력적 권위에 맞서 싸웠던 그녀의 연주는 비록 얼마 남지 않은 녹음으로 남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애절하고 깊었다.
이제는 혼자 지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설 연휴, 그녀의 연주와 함께 긴 시간을 같이한 것은 '진보 집권 플랜'이었다. 오마이뉴스의 대표 기자인 오연호가 묻고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조국 교수가 답하는 대담 형식의 이 책은 비록 진보 진영의 미래와 희망을 말하고 있지만 궁극에는 우리 사회의 합리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보다 의미있게 다가왔다. 사실 지금 진보 집권 플랜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게 보인다. 책의 서문이 밝힌 것처럼 소위 진보 개혁 진영은 사분오열되어 있고 집권을 위한 비전도 분명하지 않다. 르몽드(LE MONDE) 한국판 신년호가 진보는 공부를 하지 않고 그 공백을 정파 간의 싸움이 메우고 있다고 일갈한 이 시점에서 두 저자는 진보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고 대답한다. 치열한 20, 30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또는 지금 20, 30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때로는 국가권력을 진 사람들에게조차 균형 잡힌 시각이라는 대화의 메시지를 던진다.
진보의 집권 이유는 무엇이며 특권과 불공정의 시대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또한 교육의 미래와 남북문제와 권력의 구조까지 이르면 우리 사회의 대결구도는 마치 헤어날 수 없는 절망의 낭하에 빠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치열한 자기반성을 통해 사람이라는 해답을 찾을 때, 사회의 변혁은 이루어진다는 지극히 당연한 성찰은 진보나 보수진영 모두에게 긍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 정의가 불명확한 사회에서 대중은 정의를 욕망한다. 그런 면에서 진보는 더 도덕적이어야 하고 보수는 좀 더 합리적이어야 한다.
민주노동당 소속 성남시의원의 행태가 설 연휴를 뜨겁게 달구었다. 보수 언론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조차 한목소리로 개탄과 처벌의 목소리를 높이고 당사자인 본인은 마치 마녀사냥의 표적이 된 억울함을 비치고 있다. 어렵게 선출된 소수파의 항변보다 어렵게 선출한 대중들의 분노가 더 크게 들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서 진보의 길은 더 엄숙해야 한다. 그러나 보수의 길도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을지도 모른다.
전태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