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를 시작하며 독자분들께 행복에 얽힌 이야기를 보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1월 한 달 간 많은 분들이 글을 보내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삼 행복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소중한 글들이었습니다. 나름대로 갖고 있는 행복에 대한 정의부터 가슴 따스해지는 시 한 편,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이야기까지 다양한 글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독자 글을 한두 차례 싣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굳이 거창한 행복 이야기를 찾아나서기보다 이 글들 속에서 가깝고도 진실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독자 글을 한 편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글은 박소희 님이 보내주신 '어머니의 핸드백'이라는 글입니다. 문체를 조금 다듬었을 뿐 내용은 그대로입니다. 글로 봐서 40대 중반이 된 박소희 님이 '하늘 아래 첫 동네'에 살며 육남매를 키운 친정 어머니를 떠올리며 쓴 글입니다. 세상의 어머니들에게 자식은 늘 죄인입니다. 그 많은 것을 받고도 받은 줄 모르다가 갚을 때를 놓친 뒤에야 후회합니다. 졸업과 입학 시즌입니다. 선물을 주고 받습니다. 주는 쪽은 부모님이고 받는 쪽은 자식입니다. 뒤바뀐 셈이죠. 독자 여러분들도 박소희 님의 글을 보고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리면 좋겠습니다. 굳이 물질적인 선물은 아니더라도 '고맙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면 충분할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하늘 아래 첫 동네. 문명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현대에도 아직 버스 한 대 다니지않는 곳이 내 고향이다.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돼 내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고향집.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집과 전답을 모두 팔아버리고 진달래, 개나리꽃 피는 봄날이 친정 부모님의 기일이라 한 번씩 묘소만 찾아가는 것이 내 고향 방문이다.
어머니는 어느 가수의 노래 가사처럼 화전밭 일구시고 흙에 사셨던 분이다. 그 하늘 아래 첫 동네에서 수확한 곡식들을 안동 장날에 이고지고 가서 판 돈으로 아들 둘, 딸 넷을 공부시켰다. 30년 전만해도 귀하디 귀했던 사과며 복숭아를 자식들 먹으라고 구해오셨고, 자식들 자취하는 방에 엿을 사다두고 돌아가시곤 했다.
26, 27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들을 학교에 모셔와 자식키운 보람을 안겨드리기위해 식사와 다과를 대접하고 큰절도 올리는 생활관 행사를 가진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시골집과 안동장터만 오가는 분이라 학교까지 잘 찾아오실까 걱정스러웠다. 그보다 더 큰 걱정은 어머니의 차림새였다. 화려한 한복 차림을 한 친구 어머니들과 달리 아무 무늬도 없는 치마저고리를 입고 한 손에는 핸드백이 없어서 손수건을 대각선 모양으로 접어 핸드백처럼 들고 오셨다. 그 모습이 결코 부끄럽지는 않았다. 다만 돌아가실 때까지 여학교 졸업하고 직장생활도 했으면서 핸드백 하나 사드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얼마 전 딸 아이와 함께 일 년에 한두 번 가는 백화점을 간 적이 있다. 20만원가량 하는 핸드백이 반값 세일을 하고 있었다. 마음에 꼭 드는 핸드백이었다. 몇 번을 쥐었다 놓았다하다가 그냥 돌아서려는데 딸 아이가 "엄마! 나중에 내가 학교 졸업해서 취직하면 저런 핸드백 꼭 사줄께"라고 했다. 남편이 어떻게 알았는지 백화점으로 데리고 가 그 핸드백을 사주었다.
고맙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꾸만 웃음이 났다. 장롱 안에 곱게 넣어둔 핸드백을 생각하면 자꾸 웃음이 난다. 어머니를 추억하게 하고, 지금의 내 모습에 감사하게 된다. 이런 것이 행복이 아닐까.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리라.'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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