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트위터] 구제역 걸린(?) 정치권

설 연휴가 끝나가던 이달 6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월 임시국회를 14일부터 열고 영수회담이 이번 주에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설 연휴 동안 지역구 곳곳을 누빈 국회의원이라면 파탄 직전의 민생을 체감했을 것이고 들끓는 민심도 확인했을 것이다. 이미 한참 늦어버린 일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 정치권이 제법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었을까?

그러나 우리 정치권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영수회담에서 지난 연말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국회를 열 수 없다고 빗장을 걸었고 청와대 역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야만 국회를 열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응할 수 없다는 태세다. 우리 국회법에는 매 짝수 월 1일에 임시국회를 열도록 되어있다. 원칙이 이런데도 여야는 임시국회 개회문제를 두고 이번에도 티격태격하고 있다.

국회가 문을 닫고 있는 사이에도 민생현장은 곳곳에서 요동쳤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를 지경이다. 폭등하는 전세가와 물가, 확산되는 구제역, 복잡해진 남북관계, 불안정한 국제유가와 원자재가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동남권신공항 입지 문제와 과학비지니스벨트 입지 문제까지 보태져서 전국이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굳게 닫힌 국회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을 무슨 말로 납득시킬 지가 궁금하다. 그냥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의 말처럼 "여의도 정치가 구제역에 걸렸다"고 치부해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를 여는 것도 그렇지만, 여야 영수회담에도 조건이 없어야 한다. 입만 열면 토해내는 '상생의 정치'도 서로가 만나야 이룰 수 있지 않는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지 않은 지가 3년이 되어간다. 이러고도 나라가 돌아간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여야 영수회담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정치적 파트너인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큰 정치'의 상징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영수회담은 임시국회 개회의 조건쯤으로 취급되면서 정치적 거래의 부산물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국민'을 입에 달고 사는 정치권이 산적한 민생 문제와 씨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영수회담에 이해득실이나 따지는 청와대와 민주당, 청와대와 한나라당 사이의 엇박자, 민주당 지도부의 세력다툼, 어느 것도 국민들에겐 관심밖에 일이다. 더구나 국회 개회를 제쳐두고 이틀간이나 '개헌의총'을 연 한나라당은 한가로워 보일 뿐이다. 미래를 위한 개헌 논의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민생이 요동치는 상황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이기를 바랄 뿐이다.

윤순갑 교수(경북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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