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계획에 봉급생활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의 세원 포착에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유리 지갑'인 봉급생활자들에게서만 세금을 더 훑어가려 한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다. 이런 불만은 한국납세자연맹이 펴고 있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반대 서명운동이 시작 3일 만에 3만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받고 있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자영업자의 세원 노출 확대 등을 위해 도입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봉급생활자들의 주요 '절세 수단'이었다. '13월의 보너스'라고 하는 연말 소득공제에서 신용카드 사용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2009년 기준 전체 직장인(1천425만 명) 중 카드 소득공제를 받은 사람은 39.9%인 568만 명이었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이들이 카드 공제로 감면받은 세금은 1조 1천818억 원이다. 제도가 폐지되면 이 액수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한다. 한마디로 봉급생활자에 대한 사실상의 증세(增稅)다.
더 큰 문제는 직장인 중 소득이 낮은 사람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 소득공제를 받는 직장인 중 연봉이 2천만~4천만 원인 사람이 42.2%나 되는 반면 1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2.3%에 그친다. 제도 폐지가 몰고올 증세가 중산층 이하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가 틈만 나면 되뇌어온 '친서민'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국민경제의 건전성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의 하나는 '견실한 중산층'이다. 중산층이 엷다는 것은 소득 양극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측면에서 중산층 이하에 더 큰 세금 부담을 지우는 카드 소득공제 폐지는 정부 스스로 국민경제 건전성을 후퇴시키겠다는 것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카드 공제 제도의 목적이 세원 양성화이며 그러한 정책 목표가 상당 부분 달성된 만큼 폐지는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하나만 보고 둘은 보지 못하는 단견이다. 국내학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신용카드 사용액이 1% 증가할 때 지하경제 규모가 0.11~0.13% 줄어든다고 한다. 이는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세원 양성화의 효과가 카드 소득공제의 세금 감면액을 벌충하도고 남을 수 있음을 뜻한다. 지하경제가 줄어들면 그만큼 세수도 늘어난다. 이를 위해서라도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폐지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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