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천주교 대구대교구 교육원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제1회 천주교 대구대교구 '병자를 돌보는 봉사자의 날'이 그것이다. 이 행사는 남모르게 환자들에게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을 위한 격려의 자리이자 홍보의 자리였다. 행사 개최를 주도한 손성호 요셉 신부는 2008년 9월부터 병원사목 담당 신부로 임명돼 '병원사목'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왔다. 손 신부는 "아직 많은 사람이 병원사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언제든 달려가는 119 신부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돌보는 것이 한층 중요해졌다. 하지만 상당수 돌봄(care)이 물질적이고 신체적이라 환자들은 마음의 평안함을 얻지 못한다. 환자가 영성적(靈性的) 구원을 얻어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결국 병원사목이다. 대형병원마다 원목실을 마련해 자원봉사자를 모집, 교육하고 환자들을 돌보게끔 하며 병자성사를 해주는 등의 모든 활동이 병원사목인 것이다.
손 신부는 지금껏 여러 병원과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다. "한 병원에서 병자성사를 해주고 나오는 길이었어요. 정신과 병동을 막 지나가는데 한 환자가 수단(발목까지 오는 성직자용 긴 옷)을 입은 저를 보고 신부가 성당에 있지 않고 왜 병원 복도에 있느냐며 호통을 치는 겁니다. 병자성사를 하고 가는 길이라니까 그 환자가 하는 말이 '그럼, 119 신부구나'라고 하더라고요. 뒤늦게 생각하니 딱 맞는 말이거든요. 위급한 환자가 있으면 언제든 달려가니까요."
2009년이었다. 성당에 거의 가지 않는 냉담교우였던 40대 남성이 간암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 병자성사를 했는데 스스로 회개하고 뉘우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손 신부는 당시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호흡곤란이 심각한 한 할머니가 있었는데 병원 원목실 안 성모마리아상 앞에서 기도만 하면 호흡곤란이 줄어들고 편안해졌다고 한다. 손 신부는 "그 할머니는 기도를 하면서 자기치유가 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서 병원사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교육 필요
손 신부는 2008년 병원사목 담당 신부를 맡을 당시 지역의 병원사목은 거의 황무지에 가까웠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서울에 수시로 올라가 병원사목을 보고 듣고 공부하는 것이었다. 전담 신부가 없다 보니 대형병원에서 임종을 앞둔 신자가 발생하면 가까운 성당에 연락하는 등 열악한 상황이었다.
손 신부는 우선 대형병원마다 원목실을 만드는 것이 급하다고 보고 대형병원 원장이나 담당자를 잇달아 만났다. 손 신부는 "모두 원목실에 대한 필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병실 하나가 줄어든다고 생각해 주저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병원사목을 경험한 천주교 신자 중 80%가 다시 병원을 찾을 때 원목실 유무를 고려한다는 보고서가 있는데 지역에서는 병원사목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손 신부의 노력으로 지금은 웬만한 대형병원이 원목실을 갖추고 있고 지난해 6월부터 서동완 비오 신부와 병원사목도 같이 진행하고 있다. 현재 병원사목 담당 신부'수녀는 7명으로 늘어났지만 서울에 비하면 여전히 태부족이다. 서울은 이미 2001년부터 병원사목에 눈을 뜨면서 지금은 담당 신부'수녀만 50명에 이르고 자원봉사자를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교육사목센터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손 신부는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신부와 수녀들이 병원사목에 투입돼야 한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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