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원 또는 축소 지향의 미학 추구/축약에 의해 거둔 절제미
지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주는 이 추상적인 작품은 단순한 곡선에 의한 율동적인 디자인이 특히 매력적이다. 마치 두 명의 인물이 부둥켜안고 서 있는 것 같은 모습은 그 형태가 굵은 한 가닥의 선으로 모두 이어져 있다. 이 독특한 창안은 종이 위의 한 점에서 출발하여 어떤 형상을 만들어가는 어릴 적 그림놀이나 혹은 둥글게 이은 한 가닥의 실을 양손의 엄지와 집게손가락에 걸고 둘이서 마주앉아 뜨고 풀고 하는 실뜨기 놀이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작가는 그런 놀이에서 영감을 받았을지 모른다. 현대미술로의 전환을 특징짓는 여러 국면에는 예술가의 진지한 조형행위에 그와 같은 일종의 놀이 의식이 크게 작용한 경우가 많다. 사실 놀이와 예술 사이에는 꽤 닮은 데가 있다. 붓과 물감을 가지고 화면 위에서 하는 창작행위에도 놀이가 지닌 순수한 즐거움이나 독자적인 색다른 세계로의 몰입이 공통으로 존재한다. 유년의 놀이에서 참조할 수 있는 것은 대상을 재현하되 기존의 미적 관습에 더 이상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두어버리지 않고 예술의 정신을 해방시켜 원초적인 단계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이 작품의 주된 이미지를 구성하는 선은 색채와 더불어 조형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이 기본적인 요소로 축소시킨 추상화를 통해 선의 자유로운 유희를 즐기며 복잡하게 묘사할 수도 있는 형태를 간결한 형과 색채로 제약해 놓은 것이 이 그림의 요체다. 축소의 의도는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환원시킴으로써 절제의 아름다움을 얻는 것이다. 이 그림에서 단순화한 이미지는 텍스추어를 느끼게 하는 바탕의 질감과도 미묘하게 대조되고 있다. 형상의 내부나 여백에 칠한 바탕 면의 마티에르도 모두 일관성 있는 붓질과 채색이 고려되어 모더니티를 지향하는 조형적 감각이 한층 예민하게 지각된다. 그것은 작가가 이 무렵 일련의 연속적인 작품에서 제 관계의 축약을 통해 거두고 있는 미학적 성과다.
정점식은 1940년대 말부터 그의 작품에 '두 사람'이란 모티프를 자주 등장시킨다. 주체가 타인과 소통하는 최소 단위인 그 주제는 서로 얽혀 있는 인간관계의 상황을 표현한다. 선들로 이어져 연결되어 있지만 이 그림의 주제가 일치된 감정이나 정서적 유대감을 강조하는지 혹은 그와 반대로 풀기 어려운 갈등의 내재를 나타내는지 그 해석은 유보적이다. 주제의 애매한 상황이 더욱 많은 것을 함축하게 되고 이미지를 구성하는 유동적인 선의 흐름은 그것과 무관하게 자율적인 생명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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