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대구문화재단, 무엇을 할 것인가

(재)대구문화재단이 2011년도 문화예술진흥사업으로 모두 364개 사업에 19억3천3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사업자를 선정 발표했다. 재단은 올해 진흥사업에 특히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에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OCR카드 채점방식을 도입하고, 지원 심사방식도 개선했다. 또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위원들의 명단도 공개했다.

그러나 결국 사람이 심사하는 만큼 선정되지 못한 사업자의 불만은 있기 마련이다. 문화예술에 '정답'이 있을 리 없고, 다수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더라도 소수는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고,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른바 '당선'과 '낙선' 사이에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과연 심사위원의 명단을 공개하고, OCR카드 채점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만약 이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면, 지금까지는 심사위원들이 '양심에 어긋나는 평가를 해왔다'는 방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째야 할까.

대구문화재단은 '레이아웃'(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 밑그림은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정책이어야 한다. 물론 현재도 기준은 있다. 그러나 기획의도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심사 때 '문화재단에서는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느냐?'는 한 심사위원의 질문에 재단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준 같은 것은 전혀 없다. 심사위원들께서 알아서 판단하시면 된다'고 펄쩍 뛰었다고 한다. 심사 공정성에 의문이 쏟아지고, 쓸데없는 의혹에 시달려왔으니 그런 반응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태도가 옳을까.

대구문화재단은 개인이 아니다. 개인적 기호나 취향, 사업 신청자와 친소관계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더 자신 있게 나가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그것을 '업'으로 감수해야 한다. 재단이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추진해야 한다. 욕 안 먹을 궁리를 하지 말고, 마음 단단히 먹고 욕먹을 각오를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때에 따라, 오직 심사위원들의 기호와 판단에 따라 지원 작품이 선정되어서는 곤란하다. '시민을 위해, 대구 문화예술인을 위해, 문화예술의 미래를 위해' 등 몇 가지 큰 가치 아래 분명한 지원기준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심사위원들의 기호와 판단은 그 기준 아래에서 작동해야 한다. 그래야만 '독창적이면서도 성장 가능하고, 지역적이면서도 세계적이고, 예술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작품'을 선정할 수 있다.

올해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작품 중에는 '일회성 성격이 짙고, 대중과 무관하며 그렇다고 예술적 가치가 높아 보이지도 않는 작품, 유명작품 물 타기' 혐의가 짙은 작품이 포함돼 있다. 이들 작품 역시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결국 예술단체를 위한 것이 아닌가?

이미 예술단체 혹은 예술가 지원 항목들이 따로 있음에도 예술작품을 키워야 할 분야에서까지 예술단체를 위한 사업, 일회성 사업이 선정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듯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대구문화재단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두진(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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