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된 70대 할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 5천여만원을 대학 발전기금으로 쾌척했다.
대구가톨릭대학은 78세인 이계순(대구 서구 내당동'사진) 할머니가 지난달 말 대학을 방문, 학교 발전기금으로 써달라며 5천183만1천90원이 든 통장 2개와 자신의 도장을 건넸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그동안 내가 안 먹고, 안 쓰고 저축한 전 재산인데 이 학교에 내고 싶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나눠주든, 공부하는 데 필요한 걸 마련하든 알아서 하라"며 큰돈을 내놓아 대학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것.
할머니는 어려운 형편에도 숨은 기부 천사의 삶을 실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할머니는 30여 년 손수레를 끌며 대구 시내에서 그릇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남편은 30여 년 전 세상을 떠났고, 자식 셋마저 어릴 때 하늘나라로 떠나 현재 돌봐주는 가족 없이 방 한 칸짜리 전셋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할머니는 매월 기초노령연금 9만원을 받으며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대학 측은 전했다.
하지만 남을 돕는 일에는 누구보다 열성이다. 한 푼 두 푼 아껴 저축한 돈을 1983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이웃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지급해왔고, 1995년에는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에 장학금 1억원을 쾌척했다. 또 2006년에는 대구 서구장학회에 장학금 5천만원을 내놓기도 하는 등 20여 년간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 왔다.
대구가톨릭대 소병욱 총장을 만난 할머니는 "못 배운 게 늘 한이 됐는데 죽기 전에 젊은이들 공부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다"며 "내가 가톨릭 신자(세례명 논나)인데 정직하고 성실한 인재를 키우는 대구가톨릭대에 돈을 내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다"고 기부 취지를 전했다. 할머니는 또 '전 재산을 다 내놓으면 앞으로 생계는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스런 질문에도 "괜찮다"며 손사래를 쳐 또 한번 감동을 줬다.
대구가톨릭대 측은 "할머니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이 돈을 학생들을 위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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