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싸인'. 극중 윤지훈(박신양 분)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천재적인 법의관이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50여년 전의 시체를 보고 폐결핵을 앓았던 소녀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트럭 엠블럼 하나로 방화 전과가 있는 연쇄살인범을 역추적해 찾아낸다. 게다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흔적을 UV조명에 의한 자외선검사로 밝혀내고, 루미놀을 뿌려 혈흔감식을 하며, 범인을 잡기 위해 현장을 뛴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이런 역할은 사실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제도상 법의관이 사건 현장에 나가는 일은 거의 드물며, 혈흔감식 등의 수사 기법은 경찰 과학수사계(팀)에서 주로 맡게 된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현재 드라마 '싸인'에서 윤지훈이 하고 있는 모든 역할은 '허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제도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슈퍼맨'을 그리고 있는 것.
우리나라는 미국과 제도가 달라 미국 드라마 'CSI'처럼 법의관이 현장에 가는 일도 없고, 수사권도 없기 때문에 마치 경찰관처럼 범인을 쫓는 일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이상한 교수는 "법의관(법의학자)이 사건 현장을 봐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발생과 함께 동시에 달려가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소지도 많다"며 "법의관은 현장을 보존하는 역할이 아니라 이를 헤치고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흐른 뒤 가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며, 최종 사망원인을 판단하는데 있어 현장 분위기가 도움이 될 뿐이지 이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곽정식 교수는 "일정 부분 업무가 분리돼 있어야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법의학자가 어떻게 범인까지 쫓겠느냐"며 껄껄 웃었다.
드라마 '싸인'에는 사인을 조작하고, 자료를 없앤다는 부분이 나온다. 법의학 관련 전문가들은 이 점에 대해 불만이 많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경찰관이 원하는데로 사인을 부풀려 부검감정서를 써 주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사례가 언론에 다뤄지기도 하고, 이를 소재로 한 소설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평균 4명 이상의 인원이 배석해 모든 부검 진행상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시스템인데다, 교수 혹은 국가공무원이라는'명예'를 버리고 이를 조작해 줄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것이다. 이 교수는"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이런 조작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검시법과 검시제도의 전반적인 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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