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잠 못드는 사람 26만여명 "푹~자 봤으면…"

수면장애

불면증을 앓게 되면 자신도 고통스럽지만 가족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모가 만성 불면증을 앓고 있으면 사춘기 자녀도 불면증 가능성이 높고 심지어 자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불면증을 앓게 되면 자신도 고통스럽지만 가족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모가 만성 불면증을 앓고 있으면 사춘기 자녀도 불면증 가능성이 높고 심지어 자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수면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매년 22% 증가해 2009년에만 26만여 명이 진료를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장애 진료인원은 2005년 11만9천여 명에서 2009년 26만2천여 명으로 4년간 약 14만 명, 연평균 21.6% 늘었다. 수면장애 치료에 들어간 건강보험 부담과 본인부담을 합한 전체 진료비는 2005년 51억원에서 120억원으로 늘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 1.5배가량 많았고,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23.5%로 가장 많았다. 전체 수면장애 환자의 77.4%가 40대 이상이었다.

◆불면증의 원인 파악이 중요

일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편안히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험을 한다. 이런 수면장애는 형태에 따라 ▷잠 들기 어려운 경우 ▷중간에 깨지 않고 지속적으로 잠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너무 일찍 일어나는 경우 등으로 나뉜다.

기간에 따라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시험, 가족의 사망이나 질병, 경제적 곤란) 때문에 일시적으로 잠을 못 자는 일과성 불면증과 오랜 기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만성 불면증으로 나눌 수도 있다.

불면증을 일으킬 만한 원인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원인에 따라 다양한 불면증의 형태가 나타나고, 치료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잘못된 수면 습관 때문. 하지만 코골이 및 수면 무호흡증, 수면위상증후군, 기면병, 하지불안증후군 등에 의한 경우도 있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울증, 신체적 동통 및 두통,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

불면증이 있다면 먼저 커피나 술을 피하고 자신이 올바른 수면 습관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가급적 낮잠을 자지 말고 ▷잠을 자지 않으면서 누워만 있는 시간을 줄이고 ▷잠이 오지 않으면 누워서 억지로 잠을 청하는 대신 일어나서 침실 밖으로 나오고 ▷잠이 오지 않거나 자다가 깨어났을 경우 시계를 보지 말 것 등의 사항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몸의 긴장을 풀기 위해 복식호흡 등 이완요법을 하는 것도 좋다. 여러 방법을 해본 뒤에도 불면증이 지속된다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면제는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고, 가급적 짧은 기간만 복용하는 것이 좋다. 장기간 복용하면 자칫 수면제 복용 자체가 습관이 될 수 있다.

◆불면증이 가져오는 폐해

불면증 환자는 잠을 잘 자는 사람보다 살이 찔 가능성이 네 배로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UCLA 신경과학과 사로쉬 모티발라 교수 팀은 만성 불면증을 가진 14명과 건강한 사람 24명을 대상으로 야간에 식사 조절과 관련되는 두 가지 호르몬의 분비량을 측정했다.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그렐린'과 체내 지방축적도를 뇌에 알려주는 '렙틴'을 조사한 결과, 렙틴 수치는 불면증 환자와 정상인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그렐린 수치는 불면증 환자가 30% 적었다.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그렐린 수치가 적다는 것은 불면증 환자의 식욕이 떨어진다는 의미. 하지만 문제는 낮시간. 불면증 환자의 경우, 낮이 되면 그렐린 수치는 높아지고 렙틴 수치는 낮아졌다. 쉽게 말해 그렐린 호르몬은 배고픔을 호소하고, 렙틴 호르몬은 지방이 부족해 굶어죽겠다는 신호를 보낸다는 뜻. 그만큼 불면증 환자의 식탐이 훨씬 커진다는 의미다.

부모가 만성 불면증을 앓고 있으면 사춘기 자녀도 불면증 가능성이 높고 심지어 자살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정신과 샹첸 리우 박사팀이 평균 연령 14.4세인 청소년 7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였다.

연구진은 남자 450명, 여자 348명의 사춘기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불면증을 앓는 부모를 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불면증 가능성이 3배, 피로감은 2배, 수면제 사용은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살 가능성과 관련해 만성불면증에 걸린 부모와 함께 생활한 청소년 중 17%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자살 계획을 세운 청소년은 9.5%,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우도 9.5%나 됐다. 반면 불면증이 없는 부모를 둔 청소년에게 같은 질문을 한 결과, 자살 생각은 5.3%, 자살 계획은 1.5%, 자살 시도는 1.7%에 그쳤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대구파티마병원 이장준 신경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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