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교 새내기 교사들, 수석교사에 길을 묻다

'명품 교사'의 조건? '브랜드 있는' 수업!

곧 새내기 교사들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교단에 선다. 열정만큼은 남부럽지 않지만 낯선 환경에 이것저것 고민이 생기는 것도 사실. 대구 신임 초등교사들이 17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선배 교사인 김영주(맨 오른쪽) 수석교사와 만나 교사 생활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곧 새내기 교사들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교단에 선다. 열정만큼은 남부럽지 않지만 낯선 환경에 이것저것 고민이 생기는 것도 사실. 대구 신임 초등교사들이 17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선배 교사인 김영주(맨 오른쪽) 수석교사와 만나 교사 생활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3월 개학이 코앞이다. 초·중·고교 신입생들은 설렘 반 걱정 반이다. 사회 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신임 교사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낙타가 바늘 구멍을 지나가는 것만큼이나 힘든 임용시험 관문을 통과한 기쁨은 말로 하기 힘들다. 하지만 걱정도 많다. '아이들이 나를 잘 따르고 학부모들과는 잘 지낼 수 있을까'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높이고 흥미를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 교사로서의 고민부터 '교직에 잘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직장인으로서의 걱정까지 생겼다.

2월 1일 발표된 대구 초등교사 임용시험의 최종합격자는 130명. 7일부터 16일까지 연수를 마친 이들 가운데 권수지(25), 박지윤(26), 이경미(31·이상 여) 씨와 나우식(26), 장진용(25) 씨가 17일 수석교사와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수석교사는 수업 전문성이 높다고 평가된 교사 중에 선발돼 수업과 외부 강의 지원, 신규 교사 지도 등을 맡고 있다. 이날 새내기 교사들에게 풍부한 경험을 전한 선배는 19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서촌초교 김영주(42·여) 교사였다.

처음 교단에 서는 교사들은 무슨 생각으로, 어떤 준비를 한 채 학생들과 만날까. 이들의 대담을 통해 그 답을 찾아봤다. 학부모들이 아이를 지도할 때 참고할 만한 내용들도 들을 수 있었다.

◆학교는 또 하나의 작은 사회

문(권수지 씨, 이하 권):사회인으로 첫출발을 하게 됐어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지 선배 교사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우선 교단에 서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일단 '교사가 천직'이라는 직업관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학교에서 일에 전력을 다할 수 있겠죠. 변화하는 교육 과정에 발빠르게 대처하려면 자기 능력 계발도 신경 써야 해요. 원만한 인간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해요.

문(박지윤 씨, 이하 박):인간 관계 형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학교에 나가게 되면 여러 인간 관계가 맺어지잖아요?

답:가장 기본적인 것은 대화를 통해 풀어간다는 자세를 갖는 거죠. 교사가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 없이는 아이들이 쉽게 입을 열지 않습니다. 학부모와의 관계도 마찬가집니다. 3월 학부모와 첫 대면이 이뤄질 텐데요. 공개 수업과 대화 시간이 마련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걸 자세히 알려주세요. 요즘 선생님들은 학부모를 상대로 학급 운영과 학습 계획 등에 대해 별도의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도 합니다. 학부모에게 믿음을 심어줘야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듭니다.

문(나우식 씨와 이경미 씨, 이하 나와 이):학교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일 겁니다. 학교 폭력이 발생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학부모님도 마찬가지지만 선생님들 또한 등하굣길 안전교육만큼은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가르치세요. 10여 년 전 제 옆반 아이가 등굣길에 트럭에 치여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갖고 있던 축구공이 큰 길로 튀어가자 좌우를 살피지 않은 채 공만 쫓아가다 난 사고였죠. 이후 저 역시 아이들에게 수시로 주의를 줍니다.

또 학교 폭력이 일어나면 투명하게 처리해 학부모가 오해할 소지를 없애야 합니다. 선생님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또 다른 갈등이 일어나기 마련이에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불러 얘기를 들을 때도 양쪽 모두 인권과 학습권은 존중해줘야 해요. 혼자 모든 걸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 선배 교사들의 조언은 힘이 됩니다.

◆어떤 선생님으로 자리매김할까

문(장진용 씨, 이하 장):선생님마다 개성이 있으시잖아요? 어떤 유형들이 있나요?

답:크게 다섯 가지 유형이 있다고 봅니다. ▷말수가 적지만 학생들을 압도하는 힘을 가진 카리스마형 ▷모든 것을 꼼꼼히 체크한 뒤 알림장으로 부모에게 일일이 통보하는 원리원칙형 ▷'사랑한다'를 자주 외치며 면담 때도 손을 잡고 할 정도인 애정 과다형 ▷늘 웃는 모습을 보이는 웃음 과다형 ▷항상 바쁘지만 학급과는 무관한 일로 바쁜 무관심형이 그것이죠.

문(박):아이들에겐 어떻게 다가가는 게 좋을까요? 어떤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좋을까요?

답:'나는 학교에서 너희의 부모'라고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대화도 스스럼없이 나누게 되고 아이들이 선생님을 자주 찾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우리 딸' '우리 아들'이라 부르며 다가가는 선생님도 있죠. 선생님과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아이들이 입을 잘 열지 않을 겁니다.

앞서 말한 교사 유형에는 저마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꼬집어 이런 유형이 최고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애정 과다형은 담임교사와 유대감이 끈끈해 졸업 후에도 인연이 꾸준히 이어집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관심을 더 받으려고 시선을 끌기 위한 문제 행동들이 나오기도 하죠. 웃음 과다형은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겠지만 규칙 자체가 느슨해지기 쉬워요. 반면 답답할 수도 있지만 카리스마형의 경우 담임교사가 출장을 가더라도 회장 주도 아래 일사천리로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깐깐하다는 평가를 받곤 하는 원리원칙형은 꼼꼼함 덕에 오히려 학부모에게 환영을 받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애정 과다형으로 출발하다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카리스마형이 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인식될지 고민하고 결정한 뒤 다가가길 바랍니다. 또 결정 후엔 일관성을 가지는 것도 필요해요. 그래야 아이들이나 부모가 혼란스러워하지 않습니다.

문(장):장애가 있거나 학교 생활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답:교사의 관심에 따라 아이는 변할 수 있습니다. 정신지체 증상이 약간 있는 아이를 맡은 적이 있는데 학급 일 중에서 할 수 있는 걸 골라 그 아이에게 맡긴 뒤 한 발 물러서 관찰했더니 책임감과 자신감이 붙더군요. '선생님께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 거죠. 집에서도 부모가 이 같은 교육을 꾸준히 시키길 바랍니다.

요즘엔 공격 성향이 강하고 인내심이 없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은데 가장 쉬운 대응법은 처벌입니다. 하지만 또래 집단이나 가정 환경 등을 살펴 원인을 찾는 것이 궁극적 해결법이에요. 초년병 시절엔 '훌륭한 교사가 되려면 부모가 돼봐야 한다'는 선배 선생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아이 둘을 키워보니 알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발달 수준에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저학년일수록 더하죠. 다양성 자체를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어요

문(이, 권):학부모들은 자녀 학력 향상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이들에게 무엇부터 가르쳐야 학습에 도움이 될까요?

답:'책상을 보면 그 아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죠. 책상이 어지럽혀져 있으면 집중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공부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럴 경우 아무리 선생님이 열정적으로 지도해도 효과가 크지 않아요.

저는 책상을 정리하는 습관을 철저히 들이도록 지도합니다. 수업 시간별로 교과서와 노트를 차곡차곡 챙겨 교과서는 왼쪽, 노트는 오른쪽에 정리하도록 하는 식이죠. 그런 습관이 완전히 몸에 익을 때까지 계속 확인합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학부모들이 같은 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권하세요.

새 학기에 맡을 아이들 명단을 받으면 지난해 그 아이들과 함께한 담임교사의 조언을 듣는 게 좋습니다. 학습, 생활지도에 많은 도움이 돼요.

문(나, 이):첫 경험이다 보니 아이들의 생활 지도가 낯설 수밖에 없는데요.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까요?

답:우선 일기쓰기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일기장은 교사와 아이 간 상호작용의 장입니다. 가까이 와서 얘기하진 못해도 자신의 생각을 일기장에 쏟아놓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이 싫은지, 어떤 친구와 문제가 있는지 등 미처 관찰하지 못하고 놓친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죠.

저의 경우 아이가 일기장에 적긴 해도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그 지면은 절반으로 접게 한 뒤 '선생님도 그 부분은 읽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물론 그 약속은 지켜줘야죠. 그리고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간단하게라도 아이가 쓴 글 아래 적어주세요. 학부모도 새겨들을 만한 부분입니다.

문(나):아이들의 흥미를 효과적으로 끌 수 있는 학습 자료는 어떤 게 있을까요?

답:요즘 아이들은 만화 등에 나오는 캐릭터에 민감하죠. 특히 자기 얼굴이 나오는 자료에는 큰 관심을 보입니다. 이왕이면 동적인 자료가 효과적이에요. 애니메이션, 동영상 등이 아이들에게 '잘 먹히는' 것들이랍니다. 이런 방법을 쓰면 학습에 흥미가 훨씬 커질 겁니다.

문(박):마지막 질문입니다.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답:'교사의 꽃은 수업'이라고들 하죠. 교사라면 누구나 수업을 잘하고 싶어할 겁니다. 제 슬로건은 '브랜드 있는 수업을 하자'는 것이에요.

키워드는 여섯 가지죠. 첫째는 '열정'입니다. 지금은 남부럽잖은 열정을 갖고 있죠? 그 마음이 변치 말길 바랍니다. 둘째와 셋째는 '기본'과 '변화'입니다. 수업은 학습목표를 인지시키는 데서 시작해 수업 후 무엇을 했는지 정리, 확인, 평가까지 해서 마무리지어야 해요. 목소리까지 조절하는 등 수업 진행 방법에 변화를 줘야 학생들이 지루해하지 않습니다.

그 다음은 동기를 부여하는 '자극'과 '집중'이에요. '수업 시작 후 10분 안에 학생이 자는 것은 학생 책임이고 그 이후 자는 것은 교사 책임'이란 말이 있죠. 마지막으론 '칭찬'을 꼽고 싶네요. 학생 마음 속에 선생님을 심어주는 작업이자 고개를 떨어뜨린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다들 '명품 교사'가 되길 기원할게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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