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북경의 만리장성처럼 거대한 구조물만이 관광객을 끌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랄 때가 많다. 덴마크의 인어공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코펜하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밋밋한 해변에 조각물이 달랑 하나 있다. 그런데도 덴마크를 찾는 관광객의 필수코스다. 안데르센 동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독일 로렐라이 언덕은 설명하지 않으면 알지 못할 정도로 단순한 강변 언덕이다. 그런데도 관광객이 들끓는 것은 음악시간에 배운 '로렐라이 언덕' 덕분이다. 로마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것도 '로마를 다시 찾을 것'이라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별것 아닌 데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해외 관광객을 끌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스토리가 없는 경우에는 무엇으로 관광객을 유인할 것인가. 그것은 전문성이다.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 지방은 '스카치 위스키'로 유명하다. 그들은 스카치 위스키의 정의(定義)를 스코틀랜드에서 생산하는 위스키로 못 박아놓고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와인 코르크 마개를 딸 수 있는 코일까지 들어있는 스위스 빅토리녹스사(社)의 등산용 칼은 '맥가이버 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때 전문 산악인의 필수 품목이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태리의 페라가모 구두점도 눈요깃거리는 별로 없다. 그저 수제화(手製靴)를 생산할 뿐인데 '비비안 리' 같은 유명인이 단골손님이었다는 정도다. 이렇게 관광 상품은 의미를 부여하기에 달렸다.
관공 불모지로 알려진 대구 지역에 지난해 숙박 외국인이 11만 4천 명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알고 보면 대구에도 외국인을 유혹할 다양한 상품이 많다. '모발이식센터'에 힘입어 지난해 대구를 방문한 의료 관광객이 5천 명을 넘었다는 사실은 대구에 새로운 관광 이정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의 약령시는 어떤가. 체험 관광으로 인기를 끌기에 충분하다.
이제 대구시민의 의식도 많이 성숙해졌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며칠 남지 않았다. 구수한 경상도 인심과 사투리가 또 하나의 관광 상품이 될 것이다. 친절과 배려가 세계적인 관광 도시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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