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기관장들 '1호車' 색깔은 검정·차종은 에쿠스 대세

23일 오후 대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대구경북 주요 기관장들의 차량. 에쿠스와 체어맨 등 고급 국산 자동차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3일 오후 대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대구경북 주요 기관장들의 차량. 에쿠스와 체어맨 등 고급 국산 자동차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하루 이틀 겪는 일도 아니고… 차를 바꿀 수도 없지 않습니까?"

지난해 7월 대구시장 취임식이 열린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로 가기 위해 대구문화예술회관 주차장으로 향하던 구형 SM5 차량이 차량 통제 요원에게 제지당했다. 에쿠스, 체어맨 등 검은색 세단 몇 대가 유유히 지나간 뒤였다. 차량 통제 요원은 "대구시장 취임식에 인파가 몰려 차량 진입이 불가능하니 다른 곳에 주차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형 SM5 차량에 있던 탑승자는 다름 아닌 내로라하는 대구지역의 한 기관장. 부랴부랴 '초청장'을 보여주고 진땀을 흘린 뒤에야 주최 측이 마련한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권위의 상징(?) 관용차

기관장들의 관용차는 때론 중요하다. 사회적 지위와 명예, 명성 등을 별다른 제재 없이 1차적으로 인증받는 도구가 바로 '차'(Car)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신모델이 나오는 국산 차량과 수입차 물결 속에서 유행에 따라 자주 차량을 바꾸기란 어려운 게 현실. 또 일정 규모 이하의 차량을 고집해야 하는 내부 규정상 관련 기관장의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가끔씩 빚어진다.

그렇다면 대구경북 주요 기관장들의 관용차, 속칭 '1호차'는 어떤 차량들일까. 본지가 대구시장을 비롯해 대구시내 7개 구청장과 대구경찰청을 비롯한 8개 경찰서, 경북대 등 대학 및 주요 기관장들의 '1호차'를 분석해본 결과 체어맨과 에쿠스 등 국산 고급 세단이 주류를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관용차 선정에는 기관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지만 기관의 입지 등 경우에 따라서는 선택에 제약이 따르는 게 현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장, 경상북도지사 등 주요 기관장들의 모임인 대구경북지역발전협의회 회원들의 관용차를 분석한 결과 에쿠스 17대, 오피러스와 체어맨이 각 6대, 그랜저, K7, NF쏘나타 각 1대 순이었다. 가격 순에서 가장 낮은 급인 NF쏘나타는 끗발 있는(?) 대구지방국세청장의 관용차였다.

◆검정이 대세지만…

차량 색깔은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의 에쿠스만 유일하게 은색이었고 나머지 차량은 모두 검은색이었다.

검은색을 선호하는 이유는 색깔 심리와 관계가 깊다. 한 기관장은 "지금까지의 관용차 색깔은 모두 검은색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엄과 권위, 그리고 원칙을 내세우는 기관장들의 색채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이인중 회장처럼 은색을 선호하는 기관장도 더러 있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과 임병헌 대구 남구청장은 각각 은색 SM5, 은색 SM3를 관용차로 쓰고 있다. 특히 임병헌 청장의 경우 준중형급 차량인 SM3를 타는 바람에 적잖은 에피소드를 쏟아낸다.

직전 관용차 역시 프라이드 하이브리드 차량을 이용했기에 기름값 절약으로 예산 절감을 몸소 보여주려는 시도는 모험(?)이나 마찬가지. 임 청장은 "인터불고 호텔 권영호 회장은 프라이드 승용차를 몰다 사고까지 당했고 여전히 자가 운전을 하지만 나는 수행 비서 없이 혼자 다니기 솔직히 겁난다"고 했다.

대외적으로 반문하는 이들도 적잖다. 실제 이달 초 대구 남구청장 비서실로 걸려온 전화 내용도 무리는 아니었다. "네? 관용차가 SM3라고요? 1호차…가 맞습니까?"

남대구세무서 측의 반응이었다. 10일 남대구세무서 청사 준공식에 참석 예정이었던 남구청장의 의전을 위해 차량 종류와 번호를 물어본 것이었다. 재차 물어본 것도 당연지사. 통상 '1호차'라 불리는 기관장의 차량들은 검은색 일색의 중형급 세단이었던 데 비해 은색 SM3를 타고 다니는 임병헌 청장은 지역 행사장에서 단연 눈길을 끌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대구 북구청장(그랜저TG)과 수성구청장(오피러스)의 차량은 다른 구청장에 비해 급이 조금 높은 편에 속한다. 경찰서장들의 경우 8명 중 5명이 NF쏘나타를 탈 정도로 NF쏘나타가 대세다. 대구경찰청장(오피러스)에 비해 급이 낮아야 한다는 내부 서열도 한몫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용차에 대한 대외적 규격은 행정안전부 지침으로 명시돼 있긴 하다. 구청장과 구의회 의장에게는 대형승용차, 부구청장에게는 중형승용차를 배정했다. 그러나 배기량이 따로 명시돼 있지 않아 2천㏄ 이상이면 모두 관용차의 후보가 될 수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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