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온병폭탄'에 이어 '자연산' 발언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사람이 한 말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2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 "두 곳 다 타당성이 없다고 한다면 양쪽 다 못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백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한 지역 중진의원이 쏘아붙인 말이다. 잦은 말실수로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무게감과 국민 신뢰를 잃은 안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싼 지역갈등에도 뛰어든 데 대한 불만이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언론인터뷰를 통해 "타당성 조사결과에 따라 입지선정을 하면 된다"며 원점 재검토를 시사했다가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는 "그 부분에 관해서 자꾸 우리 당에서 얘기가 나오는 것도, 언론을 통해서 얘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발언을 제지했다. 정치권이 나서서 과열시켜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종근 의원(대구 달서갑)이 안 대표의 아침 인터뷰 내용을 전해 듣고 "영남권에서 처리해야 할 국제항공 물량을 인천까지 가져가서 처리하는 데 연간 6천억원의 비용이 든다"며 "영남권 신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자신이 불과 몇 시간 전에 언론을 통해 (신공항의) 백지화 가능성을 불쑥 던져 파문이 일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려는 지역 중진의원들의 입을 막으려 했다. 안 대표는 거듭 "타당성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라면서 "그 조사 결과에 따라서 정부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되리라고 보기 때문에 지역갈등이 자꾸 유발되는 이런 일은 앞으로 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그렇게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며 더 이상 신공항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제지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한 자신의 발언이 미칠 파장은 생각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하라고만 한 것이다.
이에 이해봉 의원(달서을)과 부산 출신의 서병수 최고위원까지 나서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부가 제대로 3월 말까지 결정을 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의 오락가락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해서는 대통령 공약이라면서 충청권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대통령 공약인 신공항에 대해서는 느닷없이 지역갈등을 유발한다면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여권 내에서 줄이어 터져나오고 있는 신공항 원점 재검토 언급은 청와대의 기류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신공항 대신 지역경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다른 것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 청와대와 여권 내부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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