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우리가 종합제철소를 건설한다는 것은 가당찮은 도전이었다. 어쩌면 바위를 향해 계란을 던지는 것 같은 무모한 일이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성싶다. 그도 그럴 것이 제철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이 없었으며, 오로지 가진 것이라고는 영일만에 있는 황량한 모래땅이 고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종합제철소를 건설하겠다고 나서자 다들 코웃음을 쳤다.
포항제철과 같은 산업시설은 개발도상국에서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시설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등소평이 부러워하며 많은 노력을 했으나 끝내 고배를 들어야 했던 산업시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제철 건설을 구상하였다. 더구나 한국 경제가 가장 어려웠던, 미국의 무상 원조가 중단된 해에 구상하였다. 게다가 국고는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 텅 비어 있을 정도로 열악했다.
세계개발은행(IBRD)이나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서도 차관 제공을 거절했다. 그 이유인즉, '한국 같은 나라에서 제철소 건설은 어림도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 같은 상황이라면 웬만한 사람 같으면 포기하고 말았을 테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았다. 궁하면 통한다고 하였던가, 대일청구권 자금을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일본에서 난색을 표했다. 그 까닭은 청구권 자금은 농업 부문에만 사용하기로 협정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선뜻 물러설 수도 없었다. 여러 차례의 우여곡절을 거쳐 일본으로부터 차관을 얻어 내는 데 성공했다.
다음 과제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기술 이전을 꺼렸다. '호랑이 새끼를 키운다'는 게 이유였는데, 박태준은 매일같이 일본의 철강회사를 찾아다니며 기술 이전을 요청했다. 그러자 제철소 사장들은 박태준을 피해서 일부러 휴가를 가기도 했지만, 박태준은 휴가지까지 따라가는 집요함을 보였다. 마침내 신일본제철로부터 기술 이전에 대한 약속을 얻어냈다.
그리하여 공사가 시작되었다. 1970년 4월 1일, 착공식에서 박태준은 이렇게 말했다. "공사 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우리 모두는 저 오른쪽에 보이는 영일만에 들어가 빠져 죽는다." 그렇게 시작된 공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강행됐다. 또한 공사에 참여했던 전 임직원은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공사를 하는 만큼, '실패하면 민족의 반역자'가 된다는 각오로 일했다. 그뿐이랴. 박태준은 빌려온 청구권 자금을 가리켜 "선조들의 피의 대가이다. 이 돈으로 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우리는 모두 죽어 마땅하다"고 말했다. 마침내 1973년 6월 9일, 제1 고로에서 쇳물이 쏟아져 나왔다. 총 사업비 600여억원이 투자되었고, 조강(粗鋼) 생산 능력은 연산 103만t이었다.
1973년 7월 3일, 준공식 치사(致辭)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이렇게 회고했다.
"1970년 봄, 롬멜하우스 앞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김학렬 부총리, 박태준 사장과 함께 기공식 버튼을 눌렀는데, 지금 이곳에 이와 같은 초현대적인 제철소를 준공하게 된 데 대하여 감개무량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요즈음 흔히 우리나라 공업이 중화학공업 시대의 문턱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우리 공업이 중화학공업 시대의 문턱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벌써 문턱을 훨씬 지나 상당히 깊은 분야에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봅니다. 오늘 준공을 본 이 종합제철소는 생산 규모에 있어서는 1차적으로 조강 103만t 규모가 됩니다. 선진 여러 나라에는 연산 1천만t을 넘는 대규모 공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의 이 공장은 이제 시작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남을 따라가기 위한 출발에 있어서 첫 개가를 올렸다고 생각합니다."(이하 줄임)
그 뒤 여러 차례의 시설 확장이 있었고, 조강 생산 능력 또한 크게 늘어났다. 오늘날 포스코(포항종합제철)는 세계적인 철강회사로 자리 잡았다. 포항제철소는 열연'후판'냉연'전기'강판'스테인리스 등 연간 생산량 1,220만t 규모의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또한 광양제철소는 열연'냉연으로 연간 생산량 1천580만t 규모의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런가 하면, 철강 기술을 바탕으로 정보 통신과 에너지 부분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 밖에도 산업과학기술연구소와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 포스텍을 운영하고 있다.
다들 포스코를 가리켜 '영일만의 신화'라고 말한다. 그로 해서 국가 재정이 살찌고, 국민 모두의 살림이 넉넉해지는 혜택을 입었다. 이 모두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명예회장의 집념과 열정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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