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학생식당 2층 총학생회실. 책장 4개와 가판대에는 물리학과 수학 서적, 스페인어 교재 등 다양한 전공과 교양 서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이곳을 찾은 학생 대여섯 명의 입에서 "찾았다!"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경북대 총학생회실이 '중고 서점'으로 변신했다. 신학기에 비싼 책값을 감당하느라 어깨가 무거워진 학생들에게 중고책을 싼값에 사고팔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한 것이다.
'중고 서점'은 학생들이 책을 맡기면 총학생회가 이를 대신 팔아 수익금 전액을 판매자에게 돌려주는 서비스다.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일대일로 거래하는 '직거래' 대신 체계적인 판매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 총학 측은 방학기간을 이용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3차례에 걸쳐 헌 전공책 400여 권을 모았다. 같은 책이라고 모두 똑같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출판일과 책 보존 상태에 따라 등급이 갈린다.
책값에 부담을 느낀 새내기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친구 4명과 함께 책을 살펴보던 승우민(20·전자공학과 1학년) 씨는 "대학 교재가 너무 비싸 한 권에 3만원을 훌쩍 넘는 것도 있다"며 "생각보다 책 상태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수학과 새내기 문진구(20) 씨도 "교양 서적인 '자연과학의 이해'를 8천원에 샀다. 새책이나 다름없는데 정가보다 4천원 싼 8천원에 구입해 기분이 좋다"고 했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함박웃음이다. 중고 서점에 책을 맡긴 한 학생은 "직거래로 책을 판매하려면 구매자와 가격 협상을 직접 해야해 조금 불편했다. 책 상태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니 구매자가 가격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없어 편하다"고 말했다.
3일 하루 동안 판매된 책이 50권에 달할 만큼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 경북대 총학생회장 권승우(25) 씨는 "개강과 함께 헌책 구매에 대한 문의가 빗발쳐 7일로 예정돼 있던 행사를 3일부터 시작하게 됐다"며 "최근 물가 상승으로 대학가 밥값은 물론 방세까지 올라 학생 부담이 늘어가는데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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