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규리의 시와 함께] 결말(조말선)

테이블 위에 한 접시 요리가 올라오자

영화가 끝났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요리를 먹는다

결말이 어제 오늘 내일로 찢어진다

결말이 그와 그녀와 그들로 찢어진다

결말이 비극과 희극과 희비극으로 찢어진다

결말이 있기 전까지 침묵하던 사람들이

한마디씩 소감을 피력하는 동안

한 접시 요리가 훼손된다

이 영화는 결말이 문제야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으며

투덜거리는 사람들 속으로

다양한 결말이 쏟아진다

한 사람은 담배연기로

한 사람은 느림으로

한 사람은 새로운 요리법으로

결말이 나야

영화는 이어진다

최근 개봉 영화 '블랙 스완'을 보았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나탈리 포트만의 열연이 아름다웠다. 완벽한 삶, 완벽한 예술이란 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 한 편 보고 나면 다들 왜 그리 할 말이 많은지. 그날도 그랬다. 자기 속의 본능에 대하여, 백조와 흑조로 대비되는 인간의 양면성에 대하여. 식당에 둘러앉아 밥보다 말의 요리를 먹은 건 아닌지. 그러나 그게 또한 영화 보는 재미. 영화 한 편이 흠씬 주물럭 요리가 된다. 그다음은 결말에 대해 분분하시다. 결말을 내기 위해 핏대를 올리고 결말을 위해 기꺼이 시나리오를 집필하시는 이도 있다. 영화나 문학이나 모두 과정의 예술이다.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그럼에도 요리가 다 식도록 결말을 내야 직성이 풀린다. 결말이 나야 입을 닫는 사람들. 깜찍한 사람들.

고 이태석 신부의 위대한 사랑과 헌신을 담은 영화 '울지마 톤즈'를 권했다면 그들은 입을 닫았을 텐데. 숙연해져서 기름진 음식을 주문하지도 못했을 텐데. 흐느낌이 남아 밥이 넘어가지 않았을 텐데. 무엇보다 과정과 결말에 대해 더이상 말하지 못했을 텐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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