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제역 영향으로 가격이 폭등한 돼지고기에 이어 국산 닭과 계란까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한파의 영향으로 도매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는데다 AI 농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육류 대란(大亂)'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금류 604만 마리 도살처분
이번 AI는 지난해 11월 29일 전북 익산시에서 채취한 야생 청둥오리의 분변에서 처음으로 고병원성(H5) AI 항원이 검출되면서 시작됐다. 한 달 뒤에는 충남 천안시의 씨오리 농장에서 첫 가금류 AI 감염이 확인됐다. 이후 경기, 충남, 전남·북, 경남·북 등 6개 시도 22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AI는 8일 현재까지도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경기 용인시에서 사육되던 산란닭 20만 마리가 AI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까지 도살처분된 가금류는 총 265개 농장 604만 마리로 전체의 5%가량이다.
AI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닭, 오리 고기 및 계란 가격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6일 한국계육협회에 따르면 육계(식용으로 쓰는 닭) 시세는 ㎏당 2천680원을 기록, 구제역과 AI가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해 11월 말(1천480원)에 비해 80% 이상 올랐다.
도계업체와 계약을 맺고 닭고기를 대량으로 공급받기 때문에 도매시장의 영향을 덜 받는 BBQ치킨, 네네치킨 등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도 AI 발생 전보다 가격이 20%가량 상승했다고 밝혔다.
값이 오른 것은 물론이고 공급 자체도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겨울 한파로 닭의 산란율이 떨어진데다 AI 영향으로 일부 살처분되기까지 한 탓. 이동제한 여파로 종계장에 있던 병아리를 옮겨서 닭으로 키우지 못한 탓도 컸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따르면 최근 생닭 공급량은 20%가량 급격히 줄어들었다.
◆생닭 공급난에 치킨업체 울상
닭값이 제품 원가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비명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너시스BBQ 관계자는 "하루 평균 생닭 20만 마리 정도가 필요하지만 이달 들어 16만 마리로 공급량이 줄었다"며 "공급받는 생닭의 ㎏당 가격도 1천원 이상 올랐다"고 토로했다. 네네치킨 관계자도 "이달 들어 닭고기 물량은 20∼30% 줄고 가격은 20% 정도 올라 힘이 든다"며 "과거와 달리 AI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치킨 수요가 줄지 않은 점도 공급난이 심해지는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계란 시장의 상황도 심각하다. 계란은 닭과 달리 냉동제품 수입조차 불가능해 공급 위축 물량이 가격 상승으로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란닭 수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최소 6개월은 지나야 할 것"이라며 "이미 계란값이 크게 오른 상태에서 8월까지 버틸 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AI 사태가 계속되면 계란 사용이 많은 과자, 빵 등 가공식품 값도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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