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별관 건물을 '문화창조발전소'로 조성 중인 가운데 KT&G 본관건물(중구 태평로 3가 230-1)을 대구의 문화, 예술, 근대산업의 유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대구시는 KT&G 별관 건물을 문화창조발전소로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나 역사, 이야기 면에서 KT&G 본관 건물은 별관건물을 압도한다. 대구연초제조창(KT&G 건물)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한국의 근대화에 이르기까지 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고, 비록 공장 문을 닫았지만 대구 원도심의 이야기를 무궁무진하게 간직한 '이야기 보따리'이기 때문이다. 조성 중인 문화창조발전소를 비롯해 북성로 일대, 경상감영공원, 달성공원, 향촌동, 약전골목 등과 함께 도심재생의 핵심인 KT&G 본관건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각계의 의견을 들어봤다.
◇KT&G 본관 어떤 건물인가
KT&G 본관건물은 1909년 10월 인천 마에조노 공장이 대구 동인동으로 이전하면서 설립한 대구전매지국이다. 1910년 3월 마에조노가 문을 닫고 오이시 상회가 지금의 자리에 연초제조공장을 설립했고, 1921년부터 조선총독부가 경영하면서 궐연초 생산을 시작했다. 대지 4만8천843㎡에 연면적 6만6천764㎡이며 건축면적만 1만5천988㎡에 지하 1층 지상 5층의 대규모 건물이다. 1950년대 전쟁기간에는 우리나라 국고의 90%가 대구연초창에서 나왔을 정도였고, 당시에는 피란민 수용소 역할까지 겸했다. 1996년 문을 닫을 당시 근무자만 600여 명으로 대형 회사였다.
KT&G 건물은 국내 최초의 연초제조창이면서 대구 원도심의 다양한 민간건물, 상업건물, 종교건물, 교육시설들과 함께 유일한 산업유산으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해방 전후 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업시설이었다. 대구 도심이 남동진하면서 원도심에 위치한 이 건물은 대구의 발전과 연계되지 못하고 '섬'으로 남았고, 그 덕분에 대구 근대 산업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1996년 대구연초창이 문을 닫으면서 KT&G 건물은 아파트 건설, 공원 조성, 대구 원도심의 거리와 연계한 근대문화유산 개발 등 다양한 논의들이 있었다. 그러나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KT&G 측은 2009년 주상복합 아파트 1천200가구 건축허가까지 받아놓은 상태다. 지금이라도 공사를 시작하면 이 자리에는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이후로도 대구 원도심과 KT&G 본관건물을 연결해 문화 예술 역사 등의 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논의가 있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상황이다.
문화예술계에서는 대구 원도심과 KT&G 건물 전체를 연결하는 근대 거리 조성에 가장 큰 걸림돌은 정책과 아이디어 부재를 꼽는다. 누구도 큰 그림이 없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데다, 책임 있게 밀고 나갈 주체도 없다는 것이다. 또 북성로 공구골목과 오토바이 골목 등 일대 상인들의 이견과 시민들의 공감대 부족도 문제다.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 설명회, 토론회 등이 있었지만 체계적이라기보다는 단발적인 시도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대구시 관계자는 "KT&G 본관건물은 대구시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이 건물을 구입하고 리모델링하는 데 1천50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중에서 대구시가 1천2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 건물을 리모델링한다고 해도, 주변 일대 상인들이 각자의 재산을 비문화적인 공간으로 발전시켜 버린다면 그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종호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는 "이 공간을 문화다, 산업이다는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문화와 상업이 공존하는 영역으로 가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화를 상업적인 것, 일상과 대척점인 대상으로 인식하면 성공할 수 없다. 문화가 꽃피는 장소는 상업과 일상이 혼재하는 곳이다"고 말했다. KT&G 본관건물뿐만 아니라 일대를 오직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건설하려는 발상은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의익 전 대구시장은 "대구 도심에 마지막 남은 공지가 이 부지와 건물이다. 이 땅과 건물을 KT&G가 경제적 이유로 처분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당장 예산이 부족하다거나 밑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대구시가 우선 이 부지를 도시계획으로 묶든지, 매입해서 미래의 문화공간으로 건설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부지와 공간은 향후 공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작은 현실적 이유로 이 부지와 건물을 놓친다면 대구 도심의 미래와 문화예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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