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찾아서] 시골길에서 만난 '스승'들이 준 행복

11. 독자가 보낸 사연<4>

며칠 전 병원에 갔다가 병동 로비에서 바퀴 달린 링거병걸이를 타고 노는 아이들을 봤습니다. 사진과 똑같은 모양입니다. 손등에 하나같이 주사바늘을 꼽고도 얼마나 신나게 웃으며 노는지 그 모습만 보고도 웃음이 날 정도였습니다. 병동 바로 윗층에는 호스피스센터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말기 암 환자를 비롯한 중환자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입니다. 누군가에게 삶의 문턱은 수백 미터의 절벽보다도 높게 느껴지는가하면 누군가에겐 한 걸음만 깡총 뛰면 될 정도로 낮습니다. 그게 삶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가슴을 쥐어 뜯으며 슬퍼하지만 또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옆에 있는 병동에선 새 생명의 탄생을 보며 가슴 뛰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루를 삽니다. 링거를 꼽고 미끄럼을 타는 아이들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하루를 삽니다. 그리고 내일이 옵니다. 역시 어제와 같은 일이 반복되겠죠.
며칠 전 병원에 갔다가 병동 로비에서 바퀴 달린 링거병걸이를 타고 노는 아이들을 봤습니다. 사진과 똑같은 모양입니다. 손등에 하나같이 주사바늘을 꼽고도 얼마나 신나게 웃으며 노는지 그 모습만 보고도 웃음이 날 정도였습니다. 병동 바로 윗층에는 호스피스센터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말기 암 환자를 비롯한 중환자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입니다. 누군가에게 삶의 문턱은 수백 미터의 절벽보다도 높게 느껴지는가하면 누군가에겐 한 걸음만 깡총 뛰면 될 정도로 낮습니다. 그게 삶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가슴을 쥐어 뜯으며 슬퍼하지만 또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옆에 있는 병동에선 새 생명의 탄생을 보며 가슴 뛰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하루를 삽니다. 링거를 꼽고 미끄럼을 타는 아이들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하루를 삽니다. 그리고 내일이 옵니다. 역시 어제와 같은 일이 반복되겠죠. '행복한 내일'은 없습니다. 당신은 바로 '오늘' 행복해야 합니다. 사진=장진규(제52회 매일 전국어린이사진전 입상작) 글=김수용기자
행복은 냄새다.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는 아내의 뒷모습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집안 가득 채우는 음식 냄새. 밖에서 친구들이랑 숨차게 놀다 지쳐 돌아와서 잠든 아이의 이마에서 나는 땀 냄새.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 펴고 기지개 켜는 봄내음이 있어서 행복하다. 글/일러스트=고민석 komindol@msnet.co.kr
행복은 냄새다.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는 아내의 뒷모습에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집안 가득 채우는 음식 냄새. 밖에서 친구들이랑 숨차게 놀다 지쳐 돌아와서 잠든 아이의 이마에서 나는 땀 냄새.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 펴고 기지개 켜는 봄내음이 있어서 행복하다. 글/일러스트=고민석 komindol@msnet.co.kr

오늘 글을 보내준 대학생 이종수 씨는 '진짜'를 만난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만난 참깨 모으는 할머니와 김치 인심이 좋은 한 칼국숫집 주인 이야기입니다. 종수 씨는 글을 보내며 글머리에 이렇게 써 왔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믿을 만한 '진짜'가 자꾸만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 게다가 지금쯤 도심의 화려한 백화점 진열장에 갇혀 있는 줄 알았던 '선물'의 참뜻을 할머니의 살가운 마음에서 제대로 깨달았다. '바람직한 장삿속'도 소문난 전문 강사의 틀에 박힌 경영학 강좌가 아닌 한 그릇 2천500원짜리 칼국숫집에서 배웠다." 그는 행복했다고 담담하게 밝혔습니다.

할머니와 칼국숫집 주인보다 여기서 행복을 발견한 종수 씨가 더 대단하게 여겨집니다. 시골 할머니에게 말 한마디 건넬 줄 알고, 인심 좋은 칼국숫집 주인에게 조심스레 물어볼 줄 아는 젊은이. 그가 보낸 이야기는 극적이거나 흥미진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진심이 배어 있습니다. 삶의 작은 경험 속에서 지혜를 배우고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종수씨야말로 진정 행복의 의미를 아는 사람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작은 감동이 담긴 이야기를 보내주십시오.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도록.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이야기 하나

늦가을 서정이 짙은 어느 날 경북 성주 가야산 기슭의 작은 마을에서 그 할머니를 만났다. 산골 마을을 찾아다니며 그곳에서 재배한 토종 참깨를 사 모으고 있었다. 시장에 가면 쉽게 많이 살 수 있을 텐데 왜 이렇듯 고생을 사서 할까.

할머니는 "그동안 시장에 돌아다녀 봤지만 우리 참깨를 믿고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라고 했다. 그래서 놀기 삼아 직접 재배 농가를 찾아다닌다고 했다. 할머니는 "햇참깨를 사서 깨끗하게 씻어 말렸다가 내년 설을 앞두고 내 손으로 직접 참기름을 짜려고 한다"고 했다. 왜 굳이 우리 참깨를 어렵게 구해서 참기름을 직접 짜야 하는지 궁금했다. "우리 며느리가 출판사를 하는데, 평소 며느리가 고마운 분들께 명절이면 '순도 100% 진짜 우리 참기름'을 선물로 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지. 우리 참깨로 정갈하게 손질해서 참기름을 짜놓으면, 병 뚜껑을 막아둬도 고소한 그 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 그게 '진짜 참기름'이지. 모름지기 선물은 정성이 제대로 담겨야 하거든. 이래저래 바쁜 며느리를 돕는 것도 좋은 일이고…." 할머니 얼굴에 행복이 넘쳐 흘렀다.

#이야기 둘

한창 배추값이 금(金)값일 때 안동의 어느 칼국숫집에 갔다. 국수 맛이 좋고 주인이 매우 후덕하다고 누가 소개를 했다. 우선 그 '맛'과 '후덕'이 궁금했다.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보니 오래된 길가에 자리 잡은 집이었다. 허름했다.

점심시간이라 방마다 만원이었다. 한참을 기다려서 식탁 하나를 얻었다. 국수가 나오기 전에 보리밥 한 그릇과 김치 한 대접이 나왔다. 그런데 김치가 그릇 수북하도록 푸짐하게 담겼다. 그동안 식당밥을 많이 사먹어 왔지만, 김치 그릇이 이렇게 크고 많이 담아주는 식당은 처음이었다. 맛을 보았다. 젓갈 향이 톡 쏘는 김치는 그 맛도 일품이었다.

"요즘처럼 배추가 비쌀 때, 김치를 이렇게 많이 주면 어떡합니까?"라며 주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주인은 걸걸한 목소리로 "지난해 가을에 배추가 흔할 때 싸게 사서 많이 남겨 먹었으니, 요즘처럼 비쌀 때는 손해 좀 봐야 공평하지요"라며 빙그레 웃는다.

장사하는 사람이 이래도 될까 싶었다. 국숫집 주인에게 큰 가르침을 얻었다.

이종수(계명대 광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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