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축산 농가 방역비 분담은 책임 전가다

정부가 가축 방역 비용을 한우협회 등 생산자 단체에 일부 분담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1일 수원 농업연수원에서 열린 축산 선진화 대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책 초안을 공개하고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늦어도 이달 말까지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계획은 많은 피해를 낳은 구제역 확산 및 방역에 축산 농가도 공동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의식은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가축 방역에 대한 농민의 책임 의식을 높이고 방역에 들어가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방역비를 농가가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신중히 추진되어야 한다. 방역은 원칙적으로 100% 정부의 몫이다. 구제역 방역 및 살처분 보상에 3조 원에 육박하는 재정이 투입됐지만 이를 농가에 전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정부의 책임 방기다. 더구나 정부는 현재까지도 구제역 발생 경로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책임 분담 논리는 정부의 방역 실패 책임에 대한 물타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네덜란드, 우루과이 등 축산 강국에서 책임 분담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을 들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실정은 다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축산업은 물론 농림수산업 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방역비 분담이 필요할 만큼 국민경제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방역 책임 분담은 우리나라가 축산 강국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축산업이 성장했을 때 검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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