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지진해일

'거대하고 놀라운 제국 아틀란티스에 어느 날 엄청난 지진과 홍수, 해일이 일어났다. 하루 밤낮 사이에 대륙은 바다 밑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플라톤이 묘사한 아틀란티스의 모습이다. 그 실체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가 없어 신화에 지나지 않지만 재앙을 묘사한 부분은 최근 일본을 휩쓴 지진해일(쓰나미)과 비슷하다. 이런 모습은 또 하나의 가상 대륙인 무(Mu)를 강타한 자연재해에서도 나온다. '대지가 갈라지며 지옥의 불길 같은 거대한 불기둥들이 하늘로 치솟고, 산보다 더 큰 해일이 대륙을 덮쳤다'고 했다. 화산과 지진으로 인한 지진해일이 대륙 전체를 휩쓸었다는 묘사다.

지진해일은 1946년 4월 알래스카 알류산 열도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의 여파로 수천㎞ 떨어진 하와이에서 해일이 일어나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명명됐다. 당시 서구에서는 이를 부를 수 있는 마땅한 이름이 없었던 모양이다. 일본계 하와이 주민이 이를 '쓰나미'(진파'津波)라고 불렀다고 한다. 화산활동과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기록은 물론이고 그림에도 기괴한 모습의 집채만 한 파도가 자주 등장한다. 쓰나미라는 용어는 20세기 초부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바닷가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진해일의 존재와 공포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진해일의 무서움은 규모와 함께 빠른 속도에 있다. 이번에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의 최고 시속은 600~700㎞로 추정됐다. 역대 국내 태풍의 최고 속도였던 2003년 태풍 매미는 순간 초속이 60m로 시속 20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2005년 미국 남부를 초토화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최대 풍속은 시속 265㎞였다. 또 올해 생산될 가장 빠른 차인 부가티의 베이론 슈퍼 스포츠가 시속 429㎞라 하지만 이번 지진해일에 비해서는 한참이나 느리다. 막상 닥치면 지상의 어떤 빠르기로도 피할 수 없는 속도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포크 가수 도노번은 토크 송 '아틀란티스'에서 '아틀란티스는 현재 대서양이라고 부르는 지역에 대홍수 이전에 있었던 섬나라로 위대한 이집트 문화도 이 문화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며 그곳에 가보고 싶다고 노래했다. 그러나 이번의 참상을 봤다면 꿈에도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고쳐 불러야 할 것 같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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