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가면 각종 '회원카드'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현재 베이징의 미용실, 헬스장, 세탁소, 세차장 등은 '선불 회원카드'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느라 혈안이다. 선불 회원카드를 만들면 할인 혜택은 물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미끼를 던지고 있다.
중국의 유명한 헬스클럽 중 하나인 베이징의 칭냐오(靑鳥) 헬스클럽은 운영 자금이 달리자 갑자기 직영점 5개의 문을 닫았다.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긴급 자금을 마련해 4일 후 영업을 재개했지만 일파만파 퍼진 회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넘지 못하며 '선불 소비'에 대한 문제만 불거지게 했다. 이 문제로 소비자들에게 선불소비는 혜택이 아니라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비단 칭냐오 헬스클럽의 문제만이 아니다. 서비스 위주의 미용실, 세차장, 세탁소 등이 어떤 법적 제재도 없이 무작위로 선불 회원카드를 남발하고 있다. 가게의 크기나 업종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상점들이 카드를 만들어 주고 있다. 100위안의 세차장 카드에서부터 수십만 위안의 미용카드까지 언제 어디서든 각종각양의 회원카드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선불 회원카드'를 만든 후 가게가 갑자기 문을 닫거나 다른 점포로 바뀌어 있는 등 황당한 일을 겪는 등 소비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를 감독할 아무런 법적 제재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여기에서 더욱 진화된 '충전식 회원카드'는 점입가경이다. 각 서비스 상점은 충전하는 액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할인혜택을 준다며 소비자들을 꼬드기고 있다. 미용실의 경우 1천위안짜리 충전식 카드는 20%, 2천위안짜리는 25%, 3천위안짜리는 30% 할인해 준다면 유혹하고 있다. 심지어 10만위안, 19만위안, 28만위안 등 규모가 큰 충전식 카드도 난무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이발소에서 2천위안을 들여 카드를 만들었는데 다시 찾았을 땐 다른 점포로 바뀌어 있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소비자들은 왜 이런 유혹에 넘어갈까. 각종 상점들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회사가 이미 보증금을 내놓았기 때문에 도주를 하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연쇄점 형태이므로 분점이 도주하더라도 본점에서 보상해준다" "자기가 직접 구입한 상가다" "임대를 10년 이상 계약했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가 주인의 말은 입에 발린 달콤한 유혹이며 일단 카드를 만들게 한 뒤 돈만 빼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소비자는 눈 뜨고 멍하게 당할 뿐이다.
공무원으로 퇴직한 류위안펀(劉元芬'여) 씨의 예를 들어보자. 류 씨는 2년 전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친구의 소개로 안마를 전문으로 하는 베이징 근교의 상무회관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퇴직금으로 매월 2천위안을 받는 류 씨는 이를 악물고 1만위안을 들여 상무회관의 회원카드를 만들었다. 한 번 안마료가 129위안인데 1만위안을 들여 '충전 회원카드'를 만들면 68위안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락한 시설과 정성을 다해 서비스 해준다는 말에 넘어간 류 씨는 언니, 동생까지 가입시켰으나 이 회관은 갑자기 문을 닫았다. 류 씨는 정신적, 금전적 2중의 피해를 입은 셈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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