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브루스 리

굿 모닝! 자네가 리우인가? 난 중국 사람인 줄 알았어. 하여간 반가워. 자넨 보기보다 나이가 많네? 내가 먼저 태어나긴 했지만, 나는 자네 나이만큼 살아보진 못했다네. 어쨌거나 이렇게 나를 찾아와 주었으니 즐겁게 얘기나 나눠 보자고.

고민이 있다고? 음. 어깨가 아프단 말이지. 그리고 자기 분야에서 달인이 되고 싶다고? 하긴, 그런 욕망은 누구나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지. 하하하. 추켜세우지 말라고. 내가 영화로 성공한 건 사실이지만 정작 내 자신은 그 성공을 맘 편하게 누려 보지도 못했다네. 사실 난 내 분야에서 엄청난 노력을 했고, 그린 호넷이란 미국 드라마를 찍으면서부터는 정신적인 긴장감에 늘 시달렸다네. 육체적으로 혹독한 트레이닝 같은 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야. 심리적인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일이 훨씬 중요하고 힘들지.

자네 한국 사람이라고 했지? 1964년 LA의 세계무술대회에서 '이준구'라는 태권도 고수를 만난 적이 있어. 그 사람 굉장히 성실해 보이더군. 그때 그 사람이 내게 무술관(觀) 같은 걸 물어 오기에 나는 생각나는대로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을 해 주었다네. '노자'에 나오는 말인데 깊은 뜻은 모르겠지만(물이 으뜸 선이라는 뜻), 나는 내 절권도의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해(사실 좀 유식해 보이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써 먹었지. 난 뭐, 어쨌거나 무술 하는 사람이니까 내 무술로 자네 고민을 풀어보자고.

자, 이제부터 니 쓰 쉐생, 워쓰 라오쓰(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참, 자네 내 영화는 다 봤나? 리얼리? 병원에서 내가 쓴 절권도까지 다 독파했단 말이지? 엑설런트. 하긴 쌍절곤과 내 노란색 추리닝이 엄청 팔렸단 얘기는 나도 들었어. 그때 특허라도 내는 건데 말이야.

나우, 퀘스천. 파워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노, 노! 힘이 아니야. 타이밍과 스피드지! 자네 어깨가 아프다고 했지? 그건 몸에 힘을 빼지 않았다는 증거야. 불필요한 힘이 들어간 거지. 부드럽고 가벼운 상태에서 속도가 더해질 때 엄청난 파워가 생기는 법이야. 자네 고양이가 관절염 앓는다는 소리 들어봤나? 유연함이 키워드야. 아랏! 방금 내 손목 봤나? 팔을 뻗으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손목에 스냅을 넣어주는 거야. 파워를 배가시키지. 젖은 물수건에 스냅을 주면서 튕기면 흉기가 되는 이치와 같아. 이런 식으로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하고, 불필요한 힘을 뺀 상태에서 유연하게 몸을 움직여 보라고. 자, 이제 스피드가 생기고, 타이밍을 조절할 수 있게 되고, 순간적인 집중으로 전광석화처럼 파워가 폭발할 수 있는 거지. 글쎄…. 사는 일에 얼마나 적용이 될는지는 몰라도 난 무술의 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 이치를 깨닫게 됐어. 부드러움과 집중. 자네에겐 지금 그게 절실해 보이는군. 하하. 도움이 되었다니 나도 기뻐. 즐거웠어, 리. 굿 럭!

리우 미디어설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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