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컬렉션 데뷔 여섯 신인 디자이너 '식스 플러스'

제23회 대구컬렉션에서 첫 데뷔에 성공한
제23회 대구컬렉션에서 첫 데뷔에 성공한 '식스 플러스'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박연미, 조정미, 성현지, 최갑운, 이혜정, 박상아 씨

하늘에 수많은 별이 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는 많지 않다. 이 사회가 극도로 세분화되어 각 분야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활동하지만 그 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 즉 톱스타급은 많지 않다. 이는 냉엄한 현실이다.

패션계 역시 다르지 않다. 이번에 '대구 패션, 우리가 간다'며 당돌하게 기존 패션계에 첫 도전장을 내민 전도유망한 신인 디자이너들의 모임 '식스 플러스'(Six Plus) 역시 톱스타가 아닌 그냥 스타가 되기도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전국구 톱스타라 해봐야 고(故) 앙드레 김이 독보적이며, 지역에서는 그나마 최복호, 박동준 등의 디자이너들이 반짝 빛날 정도다. 어렵디어렵다. 이들 여섯 중 누군가 패션계 톱스타급 반열에 오르기를 기원해 본다. 지역의 다른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 역시 큰 꿈을 갖고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첫발을 디딘 여섯 신인 디자이너를 통해 지역 패션계를 들여다봤다.

◆Six Plus로 첫 데뷔, 각자 색깔 표현

'통증(Pain)' '더블 페이스(Double Face)' '달콤씁쓸한(Bittersweet)' '모던 시크(Modern Chic)' '어두운 로망(Dark Romantic)' '절제미학(Moderate aesthetics).

이번 제23회 대구컬렉션에서 첫 알을 깨고 나온 햇병아리인 '식스 플러스'가 패션쇼에 들고나온 각자의 테마다. 여섯 색깔, 여섯 느낌이다. 이 시대를 관통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패션으로 승화시킬까 하는 숙제인데 수개월간의 고민과 노력 끝에 결과물을 화려한 무대 위에 올렸다.

각자 정한 테마를 주제로 많게는 십수 작품, 적게는 일곱 작품을 선보였다. 안팎의 평가는 나름 성공적(?). 관객들은 관람석을 가득 채웠으며, 기존의 패션 전문가들도 이들의 도전을 높이 샀다. 특히 각각의 테마가 좋았다. 시대 조류도 반영하면서 패션을 통해 인간의 내면 속에 감춰진 이면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식스 플러스' 중 청일점인 최갑운(29) 씨는 "16벌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는데 사실 얼떨떨하고, 무대에서 박수를 받으니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며 "무겁고 건조하게 바닥으로 떨어지는 실루엣으로 볼륨감을 주고, 무채색으로 침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밝혔다.

10벌의 패션 작품을 올린 박연미(34) 씨는 이번 작품 발표로 한껏 고무됐다. "부드러운 여성의 이미지와 내면의 또 다른 중성적인 카리스마를 표현하려 했다"며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조정미(32) 씨는 "아직은 소재나 패션 감각적인 측면에서 부족함을 느꼈지만 함께 의미 있는 패션쇼를 만든 게 보람"이라고 자평했다.

맏언니 격인 박상아(38) 씨는 "이번 패션쇼를 통해 대중적으로 접근하려 노력했다"며 "앞으로 무대에 패션 작품을 올리고, 또 가르치는 일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혜정(34) 씨는 "현대적 도시의 이면을 보고, 절제의 아름다움을 찾으려 했다"고 했고, 성현지(31) 씨는 "20, 30대를 타깃으로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도시감각을 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식스 플러스'는 이번 무대를 통해 모두 60여 벌의 패션 작품을 무대에 올렸으며, 앞으로도 무대에 오를 기회가 된다면 함께 활동할 계획을 갖고 있다. 더불어 더 반가운 것은 올 하반기에 문을 여는 대구 현대백화점에 이들의 작품을 팔고 전시할 숍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우정구 원장은 "이번 대구컬렉션은 여섯 신인 디자이너들이 힘을 합쳐 자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신인들이 과감하게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알릴 수 있는 무대를 선사하도록 각계 전문가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 역정도 제각각, 이젠 한 우물

'식스 플러스'란 여섯 명이 합쳐져서 또 다른 플러스 요인이 생기고, 이는 시너지 효과로 나타난다는 의미. 불과 몇 개월 전에 이번 무대를 위해 뭉쳤지만 앞으로 서로에게 자극이 되도록 앞으로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갈 계획이다. 마침 새로 문을 열 현대백화점에서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길을 열어준 터라 더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들이 유망주로 소개될 수 있는 것은 풍요로운 환경은 아니었지만 패션에 대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석'박사 출신들인 이유도 있다. 다섯 명의 여성 디자이너들은 모두 패션디자인 분야 박사급 인재들로 실제 지역의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 및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박상아 씨는 파리에스모드 전문가 과정도 수료했으며, 성 씨는 Design MOMA 대표도 함께 맡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는 무대 의상도 제작하고, 기존의 패션쇼 수준은 아니지만 전시회나 작품 발표회 경험도 갖고 있다.

학부 때 전공도 조금씩 다르다. 최 씨는 영남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섬유패션기능대학 패션디자인과에서 다시 공부를 하고 신진 디자이너로 활동을 하고 있다. 성 씨는 산업디자인학과, 이 씨는 미술대학 조소학과를 졸업했다. 나머지 3명은 의류학 및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지금은 여섯 명 모두 한 길을 가고 있다. 다른 전공을 한 3명은 약간의 다른 경험으로 인해 퓨전 패션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성 씨는 졸업 때 기능적인 우주복을 만들어 작품전에 출품했는데, 교수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성 씨는 이것이 계기가 돼 계명대에서 패션디자인 석'박사 과정을 밝았으며, 본격적인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것.

이들에겐 이번 대구 컬렉션 무대가 새로운 기회와 자극이 됐다. '식스 플러스'의 무대를 본 디자이너 박동준 씨는 "직접 가르친 제자도 2명이나 있지만 식스 플러스의 이번 무대는 상당히 신선했으며,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을 예고하고 있다"며 "색감, 옷, 분위기 자체는 서울컬렉션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그는 또 "각종 패션행사(컬렉션, 콘테스트)들이 신인 디자이너에게 정례적으로 문호를 개방해 신진 발굴에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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