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어느 글엔가 "진정한 천국은 잃어버린 천국이고 진정한 축제는 초대받지 않는 축제이듯이 진정한 아름다움은 이미 상실된 것으로서, 결코 되찾을 수 없는 것"이라는 대목이 있다. 그건 결국 불가능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글을 쓰는 것도 불가능에 대한 글쓰기이듯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삶은 선택되고 불가능하기 때문에 삶은 지속되는 게 아닐까.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지는 불가능,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말하는 불가능,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보이는 불가능에 직면한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 떠나보내는 불가능도 있다.
다시 미학의 측면으로 말해 보자.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은 잃어버린 사랑일까.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돌아앉아 "짐승스런 시간을 살" 아내는 고통은 참혹인가 아름다움인가. 아님 그 둘은 결국 같은 몸인가. 살다가 보면 정말 설명할 수 없는 일 앞에 마주 설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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