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오랜 숙원인 농업협동조합법이 개정되었다. 농업과 농촌의 활력 증진을 위해서는 농협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고 농협의 역할 변화는 신용과 경제사업 분리를 포함한 사업구조가 개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 개혁은 실로 수십 년간 농업계의 숙원사항이었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마련된 1994년 농어촌발전대책에서 농협 신용과 경제 부문 분리를 제시한 이후 17년 만에 법이 개정된 것이다. 1961년 농협 설립 이후 농산물 생산, 유통,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농협은 많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50년 전 법 제정 당시의 농업 여건과 최근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개방이 본격화되고 농업의 생산, 유통, 농촌 인력구조, 도시민 소비패턴, 농협 역할 등 모든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급변하는 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경제든 신용이든 살아남기 어렵다. 미래의 농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농협이 주도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왔다. '돈 장사' 즉 수익성에 너무 치중하지 말고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에 잘 팔아주는' 역할을 하라는 요청이 증대해 왔다.
이번 농협법 개정은 금융 부문과 경제'유통 부문의 분리가 핵심이지만 경제사업 활성화, 교육지원 강화, 중앙회 역할 변화, 조합장 동시 선거 등 많은 내용을 포함한다. 하나의 중앙회를 1개 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의 2개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였다. 다루는 과제가 많다 보니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논란도 많았다. 그러나 수많은 토론을 거치면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이번에 농협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농협법 개정안이 이달 11일 여야 간 합의로 처리되었다. 국회 본회의 처리과정에 재적의원 241명 중 찬성 210표, 반대 13표, 기권 18표의 투표 결과가 농협법 개정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잘 말해 준다. 이번 농협법 개정에 대해 대체로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고 있으나 후속 조치를 차질없이 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법적 기반을 갖춘 만큼 향후 부족 자본금 지원, 조세특례, 경제사업 활성화, 농협 구조개편과 자율성 보장 등 많은 과제를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번 개정 농협법의 핵심은 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경제사업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지역조합과 중앙회 사업의 최우선 목표를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주는 경제사업으로 설정하고, 적극 이행하도록 의무를 부과하였다. 이제 우리 농협도 선진국 농협에 못지 않게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미국의 '썬키스트', 뉴질랜드의 '제스프리' 등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제품들이다. 이 제품들은 전부 협동조합에서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노력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햇사레'(복숭아)가 있다. 햇사레는 경기 이천(장호원)과 충북 음성(감곡, 음성) 지역조합들이 연합하여 만든 상품이다. 햇사레는 규모화에 따른 유통 효율성, 균질한 품질과 탁월한 상품성으로 브랜드 마케팅이 가능하다. 복숭아 한 품목으로 500억원의 매출 규모를 기록하고 있고 약 1천억원의 브랜드 가치를 가진다. 외국 협동조합만 잘 하라는 법이 없으며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다.
농협법 개정은 이제 시작이고 진정한 개혁은 지금부터이다. 법개정은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기초를 만든 것에 불과하다. 법 취지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고 개정 내용을 널리 홍보하여 농업인의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 농협개혁안에 대해 그간 논의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보완도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내년 3월 성공적 출범을 위해 하위법령 개정 등 각종 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다. 성공적 기능 수행을 위해 농협과 농업계는 물론 온 국민이 중지를 모으고 협조해야 한다. 배추 파동, 구제역 파동 등 크고 작은 많은 농업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한-EU FTA, 한-미 FTA 등 본격적인 개방시대에 직면해 대응방안을 조기에 마련해야 하고, 가까이 다가온 기상이변이나 자연재해에도 대비해야 한다. 농촌인구 감소나 농가소득 정체, 경제침체에 대비하여 농촌에 활력도 불어넣어야 한다. 이제 농협이 농협법 개정을 계기로 다시 태어나 국민 삶의 터전인 농촌을 살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 정부는 농협법 개정을 계기로 희망 있는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것이다. 금번 농협법 개정에 협조해 준 농업인, 농업인단체, 농협중앙회 임직원, 여야 의원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제 국민 모두가 새로 태어나는 '新농협'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리고 협조를 기대한다.
김재수(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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