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화조 청소업계 딴 간판 한 사무실…독점관행 눈속임?

김재철(가명'57'대구 수성구 만촌동) 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단독주택에 사는 김 씨는 구청에서 보낸'정화조 청소 고지서'에 안내된 A정화조 청소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A업체는 김 씨에게"요청한 날에는 기사가 분뇨를 처리할 수 없으니, 다른 회사에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B업체에 연락을 한 김 씨는 수화기 너머에서 방금 통화를 끝냈던 A업체 안내원 목소리가 나오자 의아스러웠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김 씨는 고지서에 안내된 수성구 지역 정화조 청소업체 6곳에 모두 전화를 돌렸고, 이 중 4개 업체에서 같은 안내원이 받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머지 두 곳도 한 명의 안내원이 응대했다.

김 씨는 "업체명과 대표번호는 각기 다르게 돼 있는데 4개 업체가 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같은 업체가 상호만 달리한 채 정화조 청소업계를 독점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의 의혹에 대해 23일 대구 수성구청에 확인한 결과 수성구지역 6곳의 정화조 청소업체 중 4곳이 한 사무실을, 나머지 2곳도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신문이 지난해 보도한 '정화조 업계 비리'(2010년 7월 21'22'23일자 4면) 이후 대구시가 5개 단속반을 구성해 정화조 업체 68개소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25개 업체에 과태료 100만원씩을 부과했지만 '업체 나눠먹기'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각 업체의 대표자 명의가 다르면 같은 사무실을 쓰더라도 제재할 수 없는 법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 비리를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게 민원인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구 수성구청은 열악한 분뇨처리 업계의 특성상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한 사무실을 쓰는 것이지 독점 비리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구청 한 관계자는 "지역 내 분뇨 수거량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구민들의 부담을 고려해 분뇨 수거 요금을 올리지 않고 있는 사정으로 업체들이 투자비를 절약하려고 같은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을 뿐"이라며, "업체마다 대표자가 다르기 때문에 한 업체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실제와 다르다"고 해명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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