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산업연구원 1층, 최근 크리에이티브(creative) 디자인 스튜디오가 생겼다. 이곳에는 젊은 패션 디자이너와 텍스타일 디자이너 14명이 모여 저마다 꿈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입주 디자이너들에겐 임대료와 시제품 제작비 등이 지원되고 봉제시설 및 시험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누구보다 화사한 봄을 준비하고 있는 실력파 디자이너들을 만나본다.
런던 메트로폴리탄 폴리스 유니폼에서 우승하고 런던 컬렉션을 준비한 적 있는 강준호(30'Sir.Stan) 씨는 자신만의 브랜드 런칭을 위해 분주하다. 계명대를 졸업하고 런던 종합예술대에서 4년간 공부한 그는 지금, 느낌이 좋다. "북유럽을 겨냥한 유러피안 스타일의 남성복을 준비 중이에요. 패션 부자재는 유럽보다 한국이 훨씬 다양해서 좋아요." 그는 유럽의 인맥을 활용해 브랜드를 런칭할 계획이다.
디자이너 임희정(31'hiya's boutique) 씨는 여성복 디자이너에서 아동복 디자이너로 방향을 바꿨다. 아이들을 위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위해서다. "미적으로 충족시키면서도 친환경적인 아동복을 만들고 싶어요." 그녀는 아토피, 천식 등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시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 디자인은 물론 옷을 만드는 작업까지 손수한다.
문보영(36'Boyoung Moon Textile) 씨는 우븐직물디자이너다. 홍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는 등 실력파 디자이너인 문 씨는 소리 나면 빛이 나는 직물을 개발했다. 자신이 디자인한 텍스타일로 가방 등의 소품을 제작했다. 회화적이고 추상적인 페인팅 느낌이 디자인의 특징이다. "텍스타일 개발은 개인적으로 하기 힘든데, 이 스튜디오에서 여러 가지 지원해주니 한결 수월해요."
최갑운(29'Jagerram) 씨는 이미 시내에 테스트 마켓을 운영 중이다. 그는 특이하게도 평면 패턴을 고집한다. "우리 전통 의상은 평면 패턴입니다. 그런데 서양 복식이 갑자기 들어오면서 입체로 바뀌었죠. 저는 평면패턴에서 전혀 다른 길을 찾는 작업을 죽을 때까지 해보고 싶어요." 실험적이고 감성적인 그의 디자인이 기대된다.
기존 전문 디자이너도 이곳에 입주해 있다. 대학에선 패션을 전공하고 자전거 선수로 활약했던 김용신(32'C T L뮤) 씨가 선택한 제3의 길은 자전거의류디자이너. 자전거 의류 생산업체 수석 디자이너로 활약할 만큼 실력파인 그는 자신만의 브랜드로 승부를 걸 예정이다. 그는 바이커들을 위해 뒤쪽에 주머니를 만들고 기능성 원단으로 디자인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앞으로 특허를 기반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 디자이너 가운데 강준호, 김재우, 문보영, 최갑운은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멀티숍 형태로 입점할 예정이다. 시장에 나가는 만큼 대중과의 접점을 모색 중이다. 미국 F.I.T를 졸업한 김재우(34'designed by Jaewoo Kim) 씨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여성을 위한 브랜드를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예술로서 옷을 만들어왔다면 이젠 사업으로 접근해야 하니까 저의 캐릭터를 어느 정도 버려야죠. 올해는 제 브랜드의 존재유무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한 해인 만큼 기대가 큽니다."
이석현 한국패션산업연구원 패션디자인개발팀장은 "이들 디자이너들은 개인적 역량은 뛰어난데 얼마나 마케팅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가 관건"이라면서 "입주 디자이너들은 1년 단위로 최장 3년까지 연장 가능한데,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 가능하도록 다양하게 지원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