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 초대석] 분당을 보선 '올인' 강재섭

"전략공천? 나보다 나은 전략 있으면 데려와라"

지금까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정운찬 전 총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여권 실세와 싸웠다. 초과이익공유제를 제기, 동반성장위원장 사퇴논란을 벌이는 등 오락가락하던 정 전 총리는 결국 어이없게도 '신정아 스캔들'이라는 덫에 걸려 한나라당으로서는 먹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는 '계륵'(홍준표 최고위원의 표현)같은 존재가 됐다.

트위터를 통해 "소위 실세라는 사람의 장난이 지나치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고 대의명분은 쓰레기 취급하고 있다. 정말 우습다. 내가 그것을 돌파하지 못하겠나!"라며 이재오 특임장관과의 정면대결을 선언하고 나선 지 보름여만의 일이다. 정 전 총리를 전략공천하겠다는 실세의 구도가 헝클어지면서 강 전 대표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는 강 전 대표를 "억세게 운이 좋은 사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특임장관과 홍준표 최고위원 등이 기를 쓰고 반대하고 있는데도 그에게 분당을 보선 공천을 주지않을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내 주류 측이 전략공천 카드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야당에게 먼저 패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선거전략에 따라 공천이 확정되기까지는 앞으로도 한두 차례 더 고비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이달 말까지 출마 여부를 결정짓겠다며 장고에 들어간 것도 변수로 꼽힌다.

강 전 대표는 손 대표와 맞붙는 구도가 더 낫다며 아예 손 대표의 출마를 반기고 나섰다. 만만한 후보보다는 야당대표이자 대선주자급인 손 대표가 나올 경우, 전국적인 관심을 끌 수 있어 향후 정국에서의 정치적 입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손 대표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의 전략공천설에 대해 그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전략공천이라는 것은 '이기는' 전략이지 지는 전략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나보다 더 경쟁력있는 후보가 있다면 데려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순리에 따라야 한다. 아직도 장난치겠다면 당이 뒤집어진다.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드러내지 않던 자신감도 감추지 않았다.

사실 강 전 대표가 이처럼 강단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5선 의원을 지내면서도 좀처럼 보이지 않던 모습이다. 이번 분당을 보선에 정치생명을 걸다시피하는 것은 이번 기회를 잡지못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정국에서 이렇다 할 역할이 없기 때문이다. 사생결단의 자세로 칼을 빼든 것이다. 이번에 물러서면 정계를 떠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주정의당 시절인 13대 국회에서 전국구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 14대 국회부터 17대 국회까지 대구 서구에서 내리 당선된 그는 자신을 한나라당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15대 때 외부인사 영입 케이스로 정계 입문한 이 장관과 홍 최고위원 등은 오히려 '굴러온 돌'격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 2008년 총선을 관리,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당 대표의 임기를 마쳤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몇 차례 청와대에 불려가서 이 대통령과 식사를 하기도 했지만 그게 다였다. 강 전 대표는 실세들의 저지를 뚫고 공천을 거머쥔 후 민심이라는 관문을 통과, 정치권에 재입문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그의 도전의 끝이 궁금해진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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