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규리의 시와 함께] 봄(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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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요리사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 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은가

정말이지 이 시인의 요리 솜씨 좀 보시게. 어떻게 이 짧은 시 안에 감쪽같이 봄 들판을 옮겨다 놓으시는지. 동심의 눈으로 본 듯 최초의 비유인 듯 선명하고 날카로운 관찰이 일품인 이 요리를 같이 좀 드시게.

겨울이라는 거대한 냉장고에서 막 꺼내 아지랑이처럼 김이 어리는 이 신선한 시의 맛을 보면 갖은 양념 버무리고 조미료 친 기교들이 얼마나 무색해지는지.

대지가 꿈틀, 지난 한 주 대기 속의 생명체들은 숨죽인 채 햇살을 받아먹느라, 젖줄을 빨아대느라 진종일 엄숙하고 부산했다. 내가 다가가도 알지 못했다. 그 몰입은 3천600볼트의 전류처럼 강렬하고도 진지했다.

'봄'이라는 말 속에 깃든 위안, '봄'이라는 말 속에 스민 그리움, '봄'이라는 말 속에 피는 용서, 모두 저 봄의 능력인 것을. 봄에는 거지와 부자가 따로 없고 충만과 결핍이 따로 없다. 모두가 꽃인 것을, 어여쁨인 것을.

시인의 또 다른 시 '물결'의 한 대목처럼 지금 이 들판에선 우물쭈물할 틈이 없다. 왜냐하면 "내 눈의 들보와 남의 눈의 티끌마저 모두 꽃"피고 있으므로. 꽃 피워야 하므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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