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 유통과 금융업계의 'VIP' 유치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유통업계는 현대백화점 개점으로 'VIP' 고객 수성 및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금융업계도 PB센터를 잇따라 개설하며 'VIP' 잡기에 나서고 있다.
기업 매출에 있어 VIP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상위 20%만 확보하면 전체의 80%를 잡는 효과를 낸다는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는 때문이다. 특히 상위 1% 고객(VVIP)의 경우 '모신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매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VIP 확보 전쟁 나선 백화점
백화점 입장에서 초우량고객(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은 절대적이다. VVIP 고객은 불황을 타지 않는 데다 매출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 특히 8월 개점을 앞두고 있는 현대백화점이 명품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백화점들의 VIP 유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따르면 상위 1% 고객수는 지난해엔 2009년과 비교해 12.3% 늘어났고 매출금액도 11.6%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 해 1천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들을 VIP로 분류한다.
동아백화점 역시 전체 0.86%에 불과한 우수 고객 매출이 전체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VIP 매출 파워가 막강하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감도훈 영업총괄팀장은 "주요 백화점들은 상위 1% 고객 매출이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등 큰손 고객의 비중이 늘고 있다"며 "VVIP에게 상품과 서비스 등에서 최적의 쇼핑 환경을 제공하려는 백화점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VVIP 마케팅도 진화하고 있다.
주차 서비스, 각종 할인 혜택은 기본 중에 기본. 문화 마케팅, 맞춤형 1대1 고객 서비스 등으로 VVIP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명품관 이용 매출금액을 기준으로 뽑은 '에비뉴엘'(Avenel) 고객을 상대로 개인 밀착 서비스를 펼친다. 백화점엔 개인비서,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하는 퍼스널 쇼퍼가 상주해 있고 전용주차장 이용, 발렛파킹 서비스, 기념일 선물 증정 서비스 등 VVIP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02년부터 VIP고객을 대상으로 '애플클럽 회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백화점도 상위 10% 고객을 대상으로 개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선호하는 브랜드, 취향, 디자인 등을 고려해 구매 예상품목을 '퍼스널 쇼퍼룸'에 세팅한 뒤 고객의 구매를 도와주고 있다.
대구백화점 차차호 팀장은 "2007년부터 VVIP 마케팅은 클래식 공연과 케이터링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좀 더 세련된 느낌을 줬고 이제는 음악회뿐만 아니라 발레, 시낭송 등 인문학 장르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백화점도 매년 유명 호텔에서 런치쇼를 열고 연예인 초청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8월 개점 예정인 현대백화점은 VIP 모시기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VIP를 세분화하고 체계적인 관리와 그룹별로 혜택을 강화해 VIP 고객들의 동요를 막을 예정이다. VIP가 선호하는 패션쇼, 골프라운딩, 문화이벤트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고객들의 요구에 맞는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것.
롯데백화점은 VIP 네트워크 마케팅을 적극 펼칠 방침이다. VIP 영화초대회, 식사초대회 등 각종 이벤트 행사와 함께 롯데백화점 대구점, 상인점 및 영플라자, 아울렛 등 지역 내 다점포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고객 결속력을 다지기 위한 코어(Core)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금융업계는
은행권은 VIP를 모시기 위해 '집사'를 자처하기도 한다. 금융업계의 경우 현금 인출과 배달은 기본이다.
또 VIP 모시기에는 규칙이 없다. 감성을 움직이기도 하고 이율이 높은 좋은 상품으로 승부하는 정공법을 쓰기도 한다. 금융회사들은 통상 5억원 이상을 예치한 사람들을 VIP로 분류한다. 대부분 VIP 고객은 한 곳의 은행과 거래하지 않는다. 재산 노출을 꺼려 보통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 자산을 분산해 놓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
무엇보다 돈을 보고 덤벼드는 이들에 대한 경계가 강하기 때문에 감성을 움직이는 게 신뢰의 기초라고 입을 모은다. 대구은행 본점 PB센터 이승우 팀장은 "1명의 VIP고객은 적어도 15억원 이상 갖고 있는 셈이라며 '뭉터기' 자산을 관리하려면 감성 경영은 필수"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목좋은 곳에 PB센터를 열어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신을 최고로 모시기 위해 여기에 자리 잡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최근 대구은행이 기존 본점, 황금, 죽전 등 PB센터 3곳 외에 대단위 지점 13곳에 PB 전문점을 열었다. 은행자산 5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하던 문턱도 1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KB국민은행 대구PB센터도 반월당 주변에서 지난해 9월 범어네거리로 옮겨갔다. 이곳 배태만 팀장은 "접근성과 노출성에 중점을 둬 대구의 금융 1번지로 떠오른 범어네거리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 대구PB센터의 경우 농협의 특징을 살린 주말농장 분양, 김장김치 만들기, 도예체험은 물론 장례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장례의 경우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기도 해서다. 실제 금융회사 임원 중 일부는 장지까지 함께 가 고객의 슬픔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업계도 VIP 고객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올해부터 현대증권은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 고객 세그먼트 시스템을 구축해 전사적으로 활용중이다. 신규고객 가입 경로와 고객 잔존율, 관리유형별 고객 수익률, 지역별 고객 특성 분석 등 다양한 형태의 고객 이슈 분석으로 맞춤 상품과 서비스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시스템으로 고객에게 보다 과학적이고, 입체적으로 접근해 감동을 준다는 것.
골프를 즐기는 VIP 고객들의 취향에 맞춰 유명 프로골퍼와 스폰서 계약을 맺거나 대회를 열기도 한다. 개인경기이기 때문에 관리도 쉽고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비용대비 효과가 다른 운동경기에 비해 높다는 계산이다. 심지어 골프단을 운영하기도 한다. 제2금융권에서 유독 두드러진 것으로 토마토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이 10명 이상의 선수들로 구성된 골프단을 운영중이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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