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축복의 계절만은 아니다. 알레르기성 환자들에게는 재앙에 가깝다. 특히 봄철이면 알레르기성 환자들을 소름 돋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집먼지진드기. 환절기인 봄·가을에 왕성한 활동을 하며 가족의 건강을 위협한다. 침구류나 패브릭 가구, 장난감, 카펫류 등에 살면서 알레르기 질환이나 아토피를 일으키는 집먼지진드기를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진드기에 대한 오해
일반적으로 집먼지진드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이 많다.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진드기에 물려 가렵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진드기는 인간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다. 진드기 자체가 인간을 물거나 침으로 찌르거나 질병을 퍼뜨리지는 않는다. 집먼지진드기의 배설물과 진드기 사체 잔해에 포함된 단백질의 한 종류인 '구아닌'(Guanine) 성분이 사람 피부에 닿거나 호흡기로 들어가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한다.
혹자는 방바닥에 진드기가 많이 기어다닌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진드기는 크기가 0.1~0.5㎜로 매우 작아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또 건조하고 밝으며 매끄러운 바닥에서는 거의 서식하지 않는다. 주로 습하고 어두침침하며 먼지가 쌓일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진드기가 사람의 피부에 서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그 움직임을 사람이 감지하기도 어렵다. 인체에서 떨어진 피부각질이나 땀, 식물섬유, 집 안의 먼지, 곰팡이 포자 등을 먹고 서식하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침대가 가장 선호하는 서식지다.
집먼지진드기가 모든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민감한 피부나 알레르기성 체질을 가진 사람들에게 골칫거리이다. 진드기 사체나 배설물이 피부에 묻거나 호흡기로 들어가 각종 알레르기성 질환을 유발하는 것이다. 요즘 집먼지진드기로 인한 질환이 심각해지면서 진드기 퇴치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진드기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어떤 제품도 진드기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설령 진드기 개체를 살충할 수는 있더라도 알이나 애벌레를 박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진드기는 죽어서도 그 사체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단순히 살충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는 아파트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에 주택 생활을 할 때는 수시로 이불이나 각종 침구류를 빨고 밖에서 말리고 털었기 때문에 집먼지진드기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하면서 빨래를 햇볕에 말리고 터는 것이 쉽지 않아졌고 이 때문에 집먼지진드기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했다.
◆퇴치법 없을까
집먼지진드기를 100% 제거한다는 것은 현재까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생활 속 위생관리를 통해 집먼지진드기가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특히 가족 가운데 알레르기성 환자가 있다면 이런 관리는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한 차례 이상 환기를 통해 부유된 먼지나 진드기 사체를 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내 온도는 18~20℃를 유지하고 습도도 55% 내로 맞춘다. 특히 집먼지진드기는 습도가 60% 이상의 환경을 가장 좋아하므로 습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파는 패브릭 소파보다 가능하면 가죽 소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카펫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낫다. 알레르기성 환자가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굳이 사용한다면 2주에 한 차례 정도는 세탁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햇볕에 건조한 후 방망이로 툭툭 털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반드시 외부에서 털어야 한다. 실내에서 털면 진드기 사체 등이 다시 공기 속으로 흩어져 실내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털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성 환자는 주로 잘 때 알레르겐에 노출된다. 무엇보다 침실이 알레르겐 노출이 가장 취약한 곳이다. 그러므로 수분이나 공기는 투과할 수 있지만 집먼지진드기는 통과할 수 없는 극세사 같은 특수한 천을 침구 위에 깔고 생활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장시간 사용하면 집먼지진드기 서식을 피할 수 없으므로 꼭 2, 3개월에 한 차례 정도 침구류를 뜨거운 물로 세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침대 커버는 2주에 한 차례 뜨거운 물로 세탁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의사항
위생 관리를 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침대 매트리스다. 침대 매트리스는 커버를 벗기고 외부에서 건조한 후 방망이로 두드려 털어주면 가장 좋겠지만 이 방법은 사실상 힘들므로 실내에서 커버를 벗겨놓고 어느 정도 건조를 해주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2주에 한 차례 정도는 건조를 시키고 진공청소기를 사용해 진드기 사체 및 먼지를 제거하도록 한다. 매트리스 청소에 요즘 많이 사용하는 스팀 청소기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은 것이 좋다. 찌든 때를 빼려고 스팀 청소기를 사용한다면 매트리스에 습기가 계속 남아있게 되고 이 때문에 집먼지진드기가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꼴이 된다. 알레르기성 환자가 있는 경우는 봄, 가을 정도로 해서 전문 관리업체에 의뢰해 건식 청소하는 방법도 괜찮다.
진공청소기를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청소기는 집먼지진드기 등 알레르겐을 제거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청소기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진드기를 흡입하더라도 청소기의 공기 유출부를 통해 다시 튀어나와 실내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기 유출부에 헤파 필터(소 미립자를 거를 수 있는 필터) 또는 정전기 흡착식 필터가 설치된 청소기가 다소 효과를 볼 수 있다. 굳이 일반 청소기를 사용하려면 공기 유출부가 외부로 향하게끔 조작해야 한다.
일광법도 집먼지진드기 관리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단이다. 특히 봉제완구나 의류 등과 같은 작은 제품들은 24시간 동안 일광할 경우 집먼지진드기를 상당수 줄일 수 있다. 카펫이나 이불 또한 마찬가지. 햇볕에 2, 3시간 이상 노출하면 표면 습도가 낮아져 양을 상당수 줄일 수 있다. 이때 마무리는 반드시 방망이 등으로 두드리거나 털어야 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도움말:실내환경 토탈관리업체 '에어존' 전호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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