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뇌졸중 (5)예방-치료의 다른 모습

운동도 생각도 느긋하게 여유롭게

뇌졸중 예방은 일반 의학에서 말하는 예방과는 상당히 다른 개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암의 예방가능성은 40%에 그치지만 심뇌혈관 질환은 예방가능성이 80%에 이른다. 다른 질병의 예방은 아예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

하지만 뇌졸중은 인체 노화에 따라 발병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메카니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예방이 아니라 발병 시기를 최대한 뒤로 늦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발병하면 회복 후 후유증이 90%에 이르기 때문이다. 만약 50대 뇌졸중이 온다면 20~30년간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한다. 한 가정이 붕괴되는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질병부담도 암에 비해 4배 가량이나 높다. 때문에 뇌졸중 예방은 그저 단일질환 사망률 1위라는 위험 때문이 아니라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혈관에 힘주지 맙시다

뇌졸중이 발병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이렇다. '나쁜 생활습관→고혈압'당뇨'고지혈증'비만→동맥경화증→뇌졸중 및 심근경색→재발→치매 요양원→사망'. 관련 학회와 정부가 내놓은 '심뇌혈관 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9대 수칙' 중 5가지는 생활습관과 관련한 것이다. ▷담배 ▷술 ▷싱거운 식사, 채소 및 생선 섭취 ▷운동 ▷적정체중 및 허리둘레 유지가 그 것.

사실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은 모든 질병 위험을 줄이기 때문에 새삼 뇌졸중을 거론하며 강조할 필요가 없다. 다만 운동의 경우, 규칙적으로 하돼 꾸준히 즐길 정도의 운동을 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한다. 한 전문의는 "운동을 '자신과의 싸움', '기록 갱신의 성취', '노익장의 과시' 등의 목표로 한다면 스트레스를 받고 혈관에 힘을 준 것이기 때문에 뇌졸중이 임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특히 흡연자이거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있는 경우, 전문가 조언을 받아 운동을 해야 한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3.4g. 세계보건기구의 권장량 5g을 훨씬 웃돈다. 짜게 먹으면 혈압을 높인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채소류-해조류 등 섬유질 음식을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갑작스레 채식으로 전환하거나 과도한 채식 및 일시적이며 갑작스런 금식은 혈당을 낮추며 혈관 수축을 일으킬 수 있다.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하고, 술은 하루 2잔 이하로 줄여야 한다. 고령이고 혈압이 높거나 고지혈증인 경우 반드시 지켜야 한다.

◆뇌졸중의 시한폭탄, 고혈압

여러 가지 위험인자 중 가장 무서운 것은 심방세동과 같은 심장질환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5~18배나 커지기 때문. 하지만 유병률은 2%에 그친다. 위험도 제2위이자 유병률 제1위인 위험인자는 바로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뇌졸중 발생 위험을 3~5배 높인다. 유병률도 35%에 이른다. 60대의 약 54%가 고혈압을 갖고 있을 만큼 '매우 흔한 병'이다. 뇌졸중 환자의 약 70%가 고혈압이 원인이다. 정작 무서운 이유는 통증 등 불편함이 전혀 없고, 이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합병증이 생긴 뒤이기 때문.

WHO 기준 고혈압은 140/90㎜Hg. 2003년 개정된 기준으로는 120~139(수축기)/80~89(이완기)도 전고혈압으로 본다. 160/100이면 중증도 고혈압으로 본다. 혈압이 7㎜Hg 높아지면 뇌혈관 질환 42%, 심혈관 질환 27%가 증가한다고 보고돼 있다. 이완기 혈압이 110㎜Hg인 사람은 85㎜Hg 정도인 사람에 비해 뇌졸중 상대 위험도가 무려 8배가 치솟는다.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고혈압이 있더라도 약물치료 이전에 규칙적인 운동, 저염식, 체중조절, 금연 등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하며, 약물치료가 시작 후에도 이런 생활습관을 꾸준히 지켜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 식품에 의존하는 것은 증상을 오히려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운동요법(하루 30분 이상, 매주 3일 이상 3개월간 규칙적 운동)을 쓰면 혈압이 5~10㎜Hg 떨어진다. 식이요법을 통해 비만인 사람이 체중 2㎏을 줄이면 혈압이 1~3㎜Hg 떨어진다. 뇌졸중 위험도 그만큼 낮아지는 셈이다.

이처럼 관리를 한 지 3개월이 지나도 효과가 없거나 최소 160/100㎜Hg 이상 혈압이 나온다면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일단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하면 계속 복용해야 한다. 약을 먹는 동안 내려간 혈압은 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올라갈 수 있기 때문. 고혈압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동맥경화증' 때문이다. 동맥경화 탓에 혈관이 막히거나 터질 수 있다.

◆스트레스

한 번의 스트레스는 2시간 이상 지속되는 혈관 수축과 혈소판 응집이 일어난다. 쉽게 말해 혈관이 터지거나 피떡이 생겨 혈관을 막을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다. 스트레스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부정맥과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경쟁심, 성취욕이 강하며 지기 싫어하는 사람은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음주, 흡연, 폭식은 더욱 해롭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심리 상태는 심뇌혈관 질환의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1990~92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포터켓 시에서 심장건강 조사가 있었다. 35~75세 성인 남녀 2천816명은 "같은 나이와 성별의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5년 뒤에 당신이 심장마비나 뇌중풍에 걸릴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약 15년이 흐른 뒤 미국 로체스터대 의대 로버트 그램링 박사팀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2005년 12월에 연구대상자의 사망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고 답한 사람은 보통이라고 답한 사람보다 사망률이 약 3배 낮게 나왔다. 하지만 스스로 심장마비나 뇌중풍에 걸릴 위험이 낮다고 답한 사람 중 거의 절반은 실제 심장 건강상태가 나빴다. 연구팀은 "의사는 환자가 긍정적 사고를 갖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뇌졸중 전문의는 "화내지 말고 무언가 너무 잘하려고 안간힘을 쓰지 말며, 느긋한 호흡과 느린 보행, 명상 등 생활 속에서 한 템포 늦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울증도 흡연, 신체활동 감소, 비만 등과 관련이 있고, 고혈압의 발생을 증가시키는 요인인만큼 모든 생활에서 '지나친, 갑작스런, 일시적인, 극단적인' 등의 단어가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 제공=대구경북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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