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여기는 독도(전충진 지음/이레 펴냄)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일본 학생 아키바 리에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물어봐요. (그렇게 묻는 것은) 다른 뜻은 없고 주위에서 들은 이야기만 갖고 말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는 거예요."

그녀는 그러면서 자신도 독도에 대해 알아봤는데 독도가 어느 나라 소유인지 단정하진 못하겠다면서 "먼저 찾은 건 한국인인데 이름을 지은 건 일본인이다"고 주장했다. 아키바 리에의 지적은 우리를 화나게 하지만, 더불어 '우리가 독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지난달 31일 일본은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18종 가운데 12종 교과서에서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로 기술한 내용을 검정,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일본 중학생들은 이 책으로 공부하게 된다. 이 책을 접한 일본 중학생들은 "독도가 일본 땅이었어요?"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 일간지는 전했다. 이 점이 바로 일본 정치인들이 노리는 점이다.

일본인들도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일본은 줄기차게 시비를 걸었고, 이제 상당수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독도가 일본 땅인 것 같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앞으로 왜곡된 교과서로 배우는 일본 학생들은 독도를 '명백한 일본 땅'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일본 정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독도침탈' 작업을 집요하게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책 '여기는 독도'가 출간됐다. 매일신문 전충진 기자가 2008년 9월부터 2009년 8월까지 독도에 상주하면서 본지에 연재했던 '여기는 독도'가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이다.

전 기자는 일본의 독도침탈 시도가 노골화되자 이불 보따리 하나, 된장 한 단지 짊어지고 2008년 독도에 들어갔다. 독도에서 그는 혼자 밥을 해먹으며, 만일 먼 훗날 독도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에 간다고 가정했을 때 '독도가 대한민국 땅임을 증빙할 만한 증거자료'를 만들고자 했다.

독도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책과 논문이 나와 있지만 전문적 학술자료이거나 사진자료가 대부분이다. 전문서적은 일반인들이 읽기에 어려움이 있거나 딱딱해서 흥미가 떨어지기 십상이다. 지은이 전충진은 "중학생 이상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독도를 이해할 수 있는 '전 국민의 교과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기자는 독도에 머물면서 1년 넘게 매일신문에 '여기는 독도' 시리즈를 연재했으며, 전국적으로 독도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그의 보도는 지금까지 독도에 대한 학술적 연구나 논문,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지엽적인 관심을 벗어나 한국인이라면 마땅히 알아야 할 우리 땅 독도, 보통의 한국인이 독도에 살게 될 경우 마주치게 될 일상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독도가 한국땅임을 증명하는 다양한 증빙자료들도 제시했다.

지은이 전충진은 한국의 한 언론인으로서, 또 평범한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이 땅의 자식으로 태어나 자란 평범한 한국인으로서 '독도'를 쓰고 있다. 학자의 입장도, 여행자의 입장도, 정치가의 입장도 아닌 평범한 한국인의 입장인 만큼 독도를 보는 시각은 따뜻하고, 내용은 인간적이고 흥미롭다.

책에는 지은이가 일본인 친구, 부모님,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 등이 포함돼 있는데, 독도에 상주하는 동안 그가 안타깝게 마주쳤던 독도의 현실을 알리는 내용들이다. 무엇보다 245쪽에 실린 '독도가 우리 땅인 이유'는 이 책의 결정체로 '독도 헌장'으로 불릴 만 하다.

지은이는 책 말미에 일본 교과서 해설서 파동이 있던 2009년에 정부는 독도 관련 예산 301억원을 배정했는데 지난해에는 예산 43억원을 통째로 누락시켜 독도 예산을 '0'로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이제 또다시 일본 교과서 파동을 계기로 정부는 온갖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냄비근성을 버리고 이론으로 재무장하여 일반의 침탈 기도를 국제사회에 알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351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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