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부 잘하게 키우려면 '기다림+일관성+칭찬' 3박자 중요

'금요강좌 100회' 돌파 입시전문가 윤일현 씨

"내 아이를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법, 현명한 부모가 되는 길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실천이지요."

대구의 대표적 입시전문가인 윤일현(55) 씨가 지역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6년째 진행 중인'윤일현의 금요강좌'가 8일 100회를 돌파했다. '자녀 교육과 부모의 역할'을 주제로 한 100회 강연처럼 윤 씨는 그동안 학부모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법한 자녀 교육에 관한 조언을 특유의 진지한 화법으로 전달해왔다.

그는 2006~2008년 매일신문에 연재했던'윤일현의 교육프리즘'이라는 칼럼을 바탕으로'부모의 생각이 바뀌면 자녀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책을 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설 학원가의 유명 입시전문가인 그가 자녀교육 전도사로 변신하게 된 이유는 뭘까.

"자녀 교육에 성공하려면 부모가 자녀의 몸종이 돼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많은 학부모들이 그렇게 하고 있어요. 밤늦게까지 학원 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아이의 학원 시간표도 대신해서 짜줍니다. 어떻게 하면 학원 진도를 빨리 낼까, 어떻게 하면 학원 한 군데 더 보낼까, 그것만 관심이 있어요."

윤 씨는 자식을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려면 부모부터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뒷바라지라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자식 주변을 맴돌며 감독하고 지시하는 '헬리콥터형 부모'로부터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는 것.

그는 "현명한 부모는 기다릴 줄 아는 부모, 일관성이 있는 부모,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부모"라고 했다. 아버지의 경제력, 어머니의 정보력이 아니라 부모부터 삶을 성찰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격주로 열리는 금요강좌는 매번 음악으로 문을 연다. 시를 함께 읽고 감상을 나누거나, 미리 발췌한 동서양 고전을 읽고 토론을 하기도 한다. 동요를 부를 때도 있고 포크 송을 부르기도 한다. 2시간가량의 강연 동안 실질적인 대학 입시 정보라 할 만한 내용은 30분 남짓이다. 하지만 지난 6년간 강의로 이어진 3천여 명의 회원 수가 말해주듯 그의 강의는 얄팍한 입시정보보다 더 깊은 메시지로 환영을 받고 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부를 잘 하려면 내면의 동기 유발이 중요합니다. 그 수단이 바로 독서를 통한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것이지요."

윤 씨는 1988년 포철고 교사직을 그만 둔 후 20여 년간 대구의 학원가에서 명강사로 활동해왔다. 사교육의 최전선에 있지만 그는 오히려 공교육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 그는 "밤새도록 학원 숙제 하고 학교 수업 시간은 태만히 하면서 입시에 성공한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내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애정을 쏟는 사람은 바로 학교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부모들이 잘 아셔야 한다"고 했다.

그가 전하는 자녀 교육법의 상당 부분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윤 씨의 아들(27)은 서울대병원 레지던트 4년차, 딸(23)은 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남부럽지 않게 자식을 키운 그의 교육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첫째, 밤 12시 이후에 자려면 부모 허락을 받아라, 둘째, 예습을 안 한 날은 학교에 결석할 각오를 해라, 셋째, 선생님을 평가하려고 하지 마라. 농담까지 귀담아 들어라, 넷째, 아침 굶고는 학교 못 간다.

그는 "문자를 배우는 순간 그 아이의 상상력은 말에 갇힌다는 생각에 초교 입학 전까진 문자교육도 시키지 않았다"며 "이왕이면 내 아이가 명문대에 입학하고, 공부를 잘 하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지만 부모가 먼저 앞서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 씨는 "금요강좌를 다녀간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여러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는 봉사단체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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